◇느리게 빠르게/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임은숙 옮김/32쪽·1만 원/걸음동무
아침에 자명종에 맞춰 빨리 일어나 밥이 식기전에 얼른 먹되 우유는 흘리지 않도록 천천히 마셔야 합니다. 서둘러 옷을 입되 단추는 천천히 잘 끼워야 하고 신발을 신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쓸 겨를도 없습니다. 스쿨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면 빨리빨리 달려도, 일단 버스에 올라타면 천천히 자리에 앉아야 합니다. 빨리빨리라고 말하는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면 아빠를 발견하게 되고, 일과가 끝난 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천천히 즐겨야 하지요.
포르투갈 리스본 출신의 두 작가가 만든 이책은 아이들의 일상에 ‘빠르게’와 ‘느리게’가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를 모두가 공감할 만한 상황으로 보여줍니다. 두 작가는 같은 학교를 다녔고 둘이 함께 환경 문제를 다룬 ‘두 가지 길’이란 책을 냈습니다. ‘느리게 빠르게’는 함께 만든 두 번째 작품입니다. 색깔과 형태를 제한해 주제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시간에 대한 생각을 담은 첫 장면 외에는 글도 아주 짧습니다. 자유로워서 경쾌한 선들이 빠르거나 느리게 흘러갑니다. 아이들 낙서처럼 보이지만 얼마나 많은 훈련을 통해 나올 수 있는 선인지 모릅니다. 주인공의 하루를 아이들과 함께 들여다보며, 너무 서둘러서 실수한다거나 지나치게 느긋하다뒤처지게 되는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