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 어퍼이스트 77번가에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관저. ‘실리콘밸리의 프리마 돈나’로 불리는 페이스북의 2인자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북 파티가 이곳에서 열렸다. 블룸버그 시장뿐만 아니라 정·재계, 언론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샌드버그는 연단에 올라 “남자가 성공하면 사람들은 더 좋아하지만 여자가 성공하면 덜 좋아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말은 그가 첫 저서 ‘린 인(Lean In·앞으로 나아가기)’을 내놓은 동기이기도 했다. 부제인 ‘여성, 일, 그리고 이끌려는 의지(Women, Work and the Will to Lead)’에서 읽을 수 있듯이 그는 자신의 성공담을 기초로 직장과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 불평등을 개선해 나가고 여성 스스로도 이를 헤쳐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11일부터 미국 서점가에 깔린 이 책은 일주일 만에 초판 14만 부가 모두 팔려 나가며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다. 출판사는 40만 부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샌드버그는 2004년 여름 구글에서 온라인판매 및 운영그룹을 이끌 때의 경험담으로 책을 시작한다. 당시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던 그는 급하게 고객 설명회에 참석해야 했지만 차가 먼 곳에 주차돼 있어 힘겨운 걸음을 해야 했다. 야후에서 근무했던 남편은 이 얘기를 전해 듣고 “야후는 임신부 전용 주차공간을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공간에 둔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날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에게 달려가 임신부 전용 주차공간을 주장해 관철시켰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성의 지위 상승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샌드버그는 각종 통계를 인용해 지적한다. 세계 195개국에서 여성 지도자는 17명뿐이며 포천 선정 500대 기업 CEO 가운데 여성은 21명뿐이다.
그는 직장 여성들이 깨뜨려야 할 유리천장은 외부에만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여성 스스로 필요할 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크고 작은 문제에서 물러서 움츠러드는 내부의 장벽이 더 문제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샌드버그는 “이 내부의 장벽을 무너뜨려야만 여성은 파워를 가질 수 있으며 여성 내부의 혁명이 진정한 혁명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여성은 모든 것을 견디고 일단 최고위층에 올라간 뒤에야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며 “닭과 달걀을 동시에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에서는 남편과 육아 및 가사를 50 대 50으로 공평하게 분담할 때 진정한 평등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샌드버그가 여성권리 신장운동에 나섰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명문 하버드대 학위를 2개나 취득했고 매킨지 컨설턴트와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비서실장을 거쳐 구글과 페이스북의 최고위 임원에 오른 그의 주장에 평범한 여성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회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샌드버그는 이미 이 책을 쓰면서 이런 지적이 나올 것을 예견한 듯하다. 그는 저서에서 “이 책은 성공담을 담은 자서전도, 여성인권운동을 주창한 책도 아니다. 또 많은 여성이 가정에서 가계를 꾸리는 데 어려운 것도 안다. 다만 나는 넓은 맥락에서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즉 회사에서든 가정에서든 더 많은 여성이 꿈을 이루고 더 많은 남성이 여성을 지원해주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을 뿐이다”고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