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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여성리더들이 세상을 바꿔라”

입력 | 2013-03-23 03:00:00

■ 파우스트 하버드大 총장 梨大특강 “취업 스펙보다 다방면에 열정을”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김영의홀에서 드루 길핀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이 여성 교육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여성 리더들은 여성 문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더 다양한 분야에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를 방문한 드루 길핀 파우스트 미국 하버드대 총장은 미래의 여성 리더가 될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2007년 2월 여성으로는 최초로 하버드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파우스트 총장은 이날 이화여대에서 ‘여성 교육, 세계를 변화시키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깔끔한 검은 정장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그는 “여성 교육은 동등한 사회참여 기회라는 점에서 공정한 일이고, 전 세계 인력자원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현명한 선택이며 인간의 역량을 극대화해 인류의 진화에 공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 전문 교육기관이란 시인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던 ‘나만의 방’을 여성에게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여성 전문 교육기관이 여성에게 그들만의 물리적, 지적 공간을 제공했고 그 공간에서 배움을 통해 생각과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여성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포천 선정 500대 기업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전체의 4%에 불과하다”며 “2012 세계 성별차보고서에 의하면 아시아 태평양 국가에서 여성의 고용기회 제한으로 연간 420억∼46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이 교육의 기회를 갖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재능과 실력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삶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파우스트 총장은 “2007년 임명됐을 때 사람들이 첫 여성 총장이 된 소감을 물으면 즉각 ‘여성 총장이 아니라 총장’이라고 답했다”며 “하지만 이후로 전 세계 많은 여성에게 편지를 받으면서 이런 지위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여성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첫 한국 여성 대통령’ ‘첫 하버드대 여성 총장’을 강조하지만 언젠가 ‘여성’을 강조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뿐 아니라 미국 학생도 ‘취업 스펙 쌓기’에 골몰하는 현상을 우려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지름길을 정해 놓고 좁은 시각으로 그 길만 따라가다 보면 주변의 많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나는 대학생 때 결코 하버드대 총장이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하버드대 도서관은 여학생이 출입하지 못했다. 어떤 길을 정해 놓지 말고 열려 있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 닿을 수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21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하버드대 동문들과 만난 뒤 이날 두 대학의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이화여대를 방문했다. 강연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성김 주한 미국대사 부부를 포함한 사회 저명인사와 이화여대 재학생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