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경찰 보고… 대통령에 제대로 전달 안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연루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경찰의 보고를 묵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달 김 전 차관의 내정 전후로 민정수석실에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을 세 차례 이상 보고했지만 민정수석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22일 “곽상도 민정수석이 인사검증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사정 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을 내정하기 열흘 전쯤인 이달 초 민정수석실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경찰에 확인을 요청했으며 당시 경찰 고위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에 “동영상은 확보하고 있지 않지만 성접대의 실체가 있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김 전 차관을 내정한 13일 전후로 한 차례씩 민정수석실에 같은 취지의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은 ‘동영상 확보 여부’를 재차 묻는 민정수석실에 “동영상은 없지만 이미 여러 사람이 김 전 차관을 지목해 건설업자 윤모 씨의 호화 별장을 드나들었고 성접대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다”며 신빙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민정수석은 사건이 불거진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은 그런 것(성접대 의혹)이 없다고 하고 김 전 차관은 사실 무근이라고 했다”며 “근거가 있다면 스크린을 해보겠지만 그야말로 소문인데 어떻게 전부 검증하느냐”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에서 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는 ‘말씀드릴 수 없는 사유가 있다’고만 하더라”며 “김 전 차관을 지원하는 세력이 워낙 강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