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차별화였다. 이미 많은 기업이 커피음료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는 특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빙그레의 차별화 포인트는 ‘용기(容器)’에 있었다. 빙그레는 음료의 맛과 위생을 위해 무균 시스템으로 만든 용기를 택했다. 이 용기는 제품의 열처리 시간을 단축시켜 커피 본연의 향을 살리는 장점이 있다. 빙그레는 새 용기에 담긴 제품이 커피의 향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커피와 함께’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아카페라’)를 이름으로 택했다. 맛도 차별화해 고소하고 신맛이 강하지 않은 브라질 세하도 지방의 커피를 사용했다. 아카페라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빙그레의 커피음료 매출은 300억 원을 넘어섰다.
현재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약 4조 원. 최근엔 ‘복잡한 커피’ 대신 ‘단순한 커피’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것이 바로 최근 빙그레가 단일 품종 원두를 사용한 싱글 오리진 커피 제품 ‘디 블랙’을 내놓은 배경이다. 싱글 오리진 커피는 여러 생산지의 원두를 섞은 ‘블렌드 커피’와 달리 생산지별 원두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디 블랙은 과테말라 안티구아 원두와 브라질 옐로버번 원두로 만든다.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빙그레는 디 블랙에 우유나 설탕을 넣지 않았다. 서원주 빙그레 마케팅실 과장은 “최근에는 첨가물 없이 커피 본연의 맛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단일 품종 원두로 만든 디 블랙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