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싱가포르-스위스 자산가들의 투자성향 비교해보니
김종선 KDB대우증권 해외사업본부장
최근 오스트리아 요하네스케플러대의 테오도로 D 코카 교수가 리히텐슈타인 소재 금융그룹 LGT와 함께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거액자산가들의 투자 성향 및 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 거액자산가들은 싱가포르, 스위스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었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 높은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 대표 금융기업들이 몰려 있는 도시답게 파생상품 원자재 환율 등 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
주식 지수 원자재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다양한 구조화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고 구조화 상품 중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가 높다. ELS의 기초자산으로는 미국,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일본의 대표 지수 및 이 나라들의 대표 기업들이 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포스코 등 한국 주요 기업들도 기초자산으로 편입되고 있다.
물론 한국 자산가들이 홍콩 자산가들의 투자 행태를 그대로 모방하기는 힘들다. 홍콩의 투자환경은 한국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홍콩에서는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글로벌 금융기관을 통해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홍콩 거액자산가들은 예금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 현재 가진 자산을 담보로 1∼2%대의 아주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자산에 레버리지를 통해 만든 자금까지 투자함으로써 고수익을 좇을 수 있는 것이다.
또 홍콩의 특성상 1, 2일 안에 상품 설계 및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도 한국과 다른 점이다. 홍콩에 있는 다양한 금융기관은 거액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상품 구조 및 가격을 매일매일 점검해 제공하고 있으며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맞춤형 상품을 만들어낸다.
홍콩의 자산가들이 이 시대에 부(富)를 늘려가는 방법을 요약하자면 대출 금리가 낮다는 점을 활용해 레버리지 투자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자고 일어나면 글로벌 금융기관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글로벌 투자상품을 제공해주는 우호적인 투자환경 속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골라 먹을 수 있지만 리스크 관리에는 철저하다. 환경은 달라도 투자의 태도에서는 우리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김종선 KDB대우증권 해외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