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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책]누리엘 루비니 ‘위기경제학’

입력 | 2013-03-25 03:00:00

위기를 이기려면 위기를 예측하라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헛된 일을 한다는 뜻이지만 다른 마을에서 소를 잃은 소식은 우리 마을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과거의 경험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위기경제학’을 관통하는 주제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루비니 교수는 이 책에서 경제위기는 예측 가능한 사건이라고 이야기한다. 불로소득을 추구하며 일하지 않으려는 본성은 태초부터 있었다. 이 책은 중국 송나라의 사례를 비롯해 이로 인해 발생한 경제위기들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보여준다. 특정 학파의 견해에 얽매이지 않은 실용적 관점으로 독자들의 경제학적 배경지식 부담도 덜어준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이었던 필자는 한국 경제위기의 원인을 ‘심화된 고비용·저효율 구조, 고평가된 환율, 과다한 차입경영, 불합리한 대출관행, 감독체계의 미비’ 등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노력했다. 루비니 교수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적한 ‘금융상품에 내재된 도덕적 해이와 과도한 증권화, 기업통제구조의 미비, 손쉬운 통화정책 의존, 정부개입의 실패’ 등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바르게 진단하고 극복하며 루비니 교수의 ‘위기경제학’을 몸으로 배웠다. 그래서 10년 뒤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다른 나라보다 빨리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국의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사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위기 극복의 교과서’로 평가했고 블룸버그는 “한국 경제 관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극찬했다. 루비니 교수도 2010년 필자와의 면담에서 한국의 금융시스템과 재무건전성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이 위기를 넘어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는 희망도 위기경제학에서 찾을 수 있다. 루비니 교수는 이 책에서 신흥경제국을 대표하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한국(Korea)을 포함시켜 ‘BRICKs’라 표현하였다. 지난해 말 영국의 유명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메가체인지(Megachange) 2050’이란 책에서 2050년에는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의 경제전문가는 한국이 2015년 이후 점차 쇠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노사갈등, 대중주의(포퓰리즘)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기와 기회의 기로에서, 과연 한국은 2050년 세계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것인가? 아니면 2015년 이후 점차 추락할 것인가?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위기경제학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우리의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지게 해준다.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