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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도와주는 분 많다”… 유력인사들과 친분 과시

입력 | 2013-03-25 03:00:00

■ 고소사건 대부분 무혐의 처리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 씨(52)를 형사처벌하려면 성접대 대가로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 경찰은 윤 씨가 2000년 이후 20여 건의 고소, 고발을 당하면서도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검찰 고위 인사가 윤 씨의 뒤를 봐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윤 씨를 소개해준 인물이 당시 사정기관 간부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전직 간부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 법조 인맥 동원해 수사 무마 의혹

우선 지난해 11월 윤 씨가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됐을 때 ‘봐주기 수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여성사업가 K 씨(52)는 “윤 씨가 차에서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했다. 빚 15억 원을 안 갚으려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은 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며 서울 서초경찰서에 윤 씨를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K 씨가 윤 씨와 내연관계였다는 점에서 강간과 공갈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에 송치했다. 동영상 촬영이나 총포도검법 마약물관리법 위반 등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수적 혐의에만 기소 의견을 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과정에서 검찰이나 경찰 수뇌부가 외압을 넣었는지, 수사팀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당시 수사팀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K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경찰이 (윤 씨와)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윤 씨는 2007년과 2010년, 그리고 지난달 등 총 3차례에 걸쳐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주상복합빌딩 분양 피해자들로부터 사기 횡령 혐의로 고소당했다. 피해자들은 “윤 씨가 대표로 있던 J산업개발이 2003년 상가를 분양하면서 인테리어 공사 등을 위해 조성한 개발비 71억 원을 횡령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지만 2007년과 2010년 고소 건은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고소인 중 한 명인 김모 씨(62)는 2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경 검사가 사건을 1년 넘게 끌면서 윤 씨와 합의를 하라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나자 담당 검찰 수사관에게 ‘수사를 제대로 했느냐’고 따졌지만 수사관이 ‘검사가 수사관 도장을 달라고 해서 넘겨줬을 뿐’이라고 말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 별장 이용해 문어발식 인맥 확장

윤 씨는 자신의 강원 원주시 별장을 정관계 법조계 인맥을 넓히는 전초기지로 활용했다. 별장은 당초 한 개동으로 지었지만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기 위해 2006년 4개동으로 증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씨가 유력인사를 별장으로 끌어들여 성접대를 하면서 동영상을 찍은 뒤 이를 약점 잡아 요구를 관철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김 전 차관과 전 사정기관 간부 A 씨 등 고위층 인사들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의 한 측근은 본보 취재팀에 “사업 투자금을 모집할 때 다양한 유력인사와의 친분을 내세우며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 절대 (사업이) 실패할 염려가 없다’고 자주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25일부터 경찰청 범죄정보과, 지능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 여성·청소년 조사 전문 여경 등 8명을 지원받아 기존의 특수수사과 수사팀을 8명에서 16명으로 늘려 이번 사건 수사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 참고인들이 별장에서 수천만∼수억 원의 도박판을 벌였다는 의혹과 마약성 약물을 복용한 채 환각파티를 벌였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전 감사원 국장급 간부가 윤 씨가 지은 빌라(217.8m²형·66평형)를 정상가보다 싸게 구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이 전직 간부는 본보 취재팀에 “5억5000만 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이 빌라의 3.3m²(1평)당 분양가가 1100만∼125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체 분양가는 7억 원이 넘는다. 이 전직 간부는 “나중에 알고 보니 3억∼4억 원에 집을 산 사람이 태반이었고 나는 엄청 비싸게 산 것”이라고 말했다.

신광영·최예나·최지연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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