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권력자의 부인은 단순한 내조자가 아니라 남편의 생각과 판단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 부인 중에는 아르헨티나의 에바 페론처럼 남편보다 더 큰 인기를 모은 사람도 있다. 미디어 정치 시대에 대통령 부인은 국가 이미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팔목 장갑과 대담한 선글라스의 재클린 케네디 여사는 ‘젊고 세련된 미국’을 세계인에게 각인시켰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재임 중 결혼한 카를라 브루니 여사는 ‘화려하고 자유로운 프랑스’라는 이미지를 보여줬다. 퍼스트레이디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김정은 부인 이설주가 등장했을 때도 세계가 북한의 변화 조짐을 기대했을 정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해외 방문에 동행한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세련된 매너와 패션 감각으로 남편보다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국민 가수인 펑 여사는 중국에서는 시 주석보다 더 유명했다. 18세 때 인민해방군 문예병으로 입대한 그는 30년 넘게 군대 가수로 활동하며 소장(우리의 준장)까지 진급했다. 젊은 시절의 그는 중국 여배우 탕웨이를 빼닮은 듯한 미모를 뽐냈다. 군 생활에서 단련 받은 책임감과 온화한 성품은 그의 자산이다. 펑 여사의 인기가 워낙 높다 보니 그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사랑이 남편이 출세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