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엄재용-황혜민 부부“群舞때 바싹 붙다간 와르르… 도로에서도 서로 양보하길”
엄재용(왼쪽) 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부부가 14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발레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조수석에 탔던 오데트 공주는 손사래를 쳤다.
“말도 마세요. 어찌나 신호도 안 지키고 쌩쌩 달렸는지…. 옆에서 천천히 가라고 잔소리도 많이 했어요. 다행히 결혼하고선 변했어요.”
황 씨는 첫마디에 “발레나 운전이나 안전거리를 안 지키면 사고가 난다는 점에서 똑같다”고 말했다. 여러 명이 줄지어 무대에 등장하는 군무 동작에선 음악에 맞춰 앞 사람과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사뿐사뿐 날듯 뛰어 등장할 때 주의해야 한다. 연습 때라고 무심코 앞 사람에 가까이 붙다간 자칫 도미노처럼 줄줄이 넘어지기도 한다. 황 씨는 “앞 차에 따라붙으려고 안전거리를 무시하다 몇 중 추돌사고 나는 장면과 똑같다”고 말했다.
남편 엄 씨는 운전면허를 미국에서 처음 땄다. 2001년 미국 워싱턴의 키로프 발레아카데미에 다닐 때였다. 이때 미국 교통경찰의 ‘암행단속’을 경험했다.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고 있었던 엄 씨. 갑자기 사이드미러에 경찰차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엄 씨는 갓길에 차를 세웠다. 과속이었다. 엄 씨는 당시 약 100달러(11만1600원)를 벌금으로 냈다.
엄 씨는 “지나온 길에 경찰차가 있는 걸 못 봤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났다”며 “한국처럼 단속 예고 표지도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국에선 ‘함정단속’이라고 난리칠 일이지만 과속 등 반칙운전을 엄격히 단속하기 위해 미국에선 일반화된 방식이라고 했다.
엄 씨는 “워싱턴에선 운전자들이 조그마한 것도 양보하면 서로 창문 내려 일일이 손 흔들고 웃어주는데 한국에 온 뒤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못 봤다”고 아쉬워했다. 황 씨는 “발레도 남자 무용수나 여자 무용수가 자기만 튀려고 하다간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고 작품을 망칠 수 있다”며 “운전할 때도 다른 운전자와 서로 조화를 이뤄야 아름다운 도로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