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상품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그중 하나는 당장 쓸 수 있는 10만 원권이고 다른 하나는 1년 뒤에 사용이 가능한 12만 원권이다. 어느 것을 고를 것인가. 금액으로 따지면 12만 원권이 더 매력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당장 쓸 수 있는 10만 원권을 선택한다. 1년이란 유예기간 때문에 2만 원을 손해 보더라도 당장 쓸 수 있는 10만 원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가치를 현재 가치보다 덜 쳐주는 현상을 ‘시간 할인’이라고 한다. 젊은이가 번 돈을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는 데 사용하는 것도 시간 할인과 관련이 있다. 현재는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에는 전혀 가치가 없는 전시 행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간 할인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권력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간 할인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미래에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더 이익을 주는 옵션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권력이 없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중시할 수 있다.
실제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 연구팀은 권력자(팀장)와 비권력자(팀원)의 시간 할인 상관관계에 대해 실험했다. 참가자 73명을 팀장과 팀원으로 나눠 역할로 권력을 분배했다. 팀장과 팀원의 시간 할인 성향은 복권 선택 결과로 측정했다. 지금 120달러를 받을 수 있는 복권과 1년 뒤 240달러를 받을 수 있는 복권을 제시했다. 팀장들은 팀원에 비해 240달러짜리 복권을 더 많이 선택했다. 권력자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 대안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