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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베스트셀러 ‘퇴마록’ 저자 이우혁, 3월 말 ‘퇴마록 외전’ 펴내

입력 | 2013-03-27 03:00:00

“소소하고 인간적인 것 그려… 외전은 일종의 팬서비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석사 출신의 작가 이우혁이 펴낸 ‘퇴마록’은 20년 동안 1000만 부가량 팔렸다. 하지만 그는 “주위에서 나를 행운아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글 안 쓰고 사업을 했다면 더 성공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48)은 자료를 따로 정리하지 않는다. 한번 읽은 책을 휙 던져놓아도 나중에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고 한다.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천재 과 아니냐”며 아이큐(IQ)를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천재들의 모임이라는) 멘사 테스트는 거의 다 푼다”며 웃었다.

소설도 그랬다. 희곡 몇 편을 쓴 적이 있었지만 소설 창작을 배운 적은 없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석사 출신인 그는 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스물여덟에 쓴 첫 번째 소설 ‘퇴마록’을 1993년 7월 PC통신 하이텔 게시판에 올렸다. 이 글들은 예상 밖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이듬해 책으로 나왔고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말세편으로 나뉘어 2001년 총 19권으로 완간됐다. 그의 나이 고작 서른여섯이었다. 인세만 따져도 100억 원에 이른다.

‘퇴마록’은 ‘한국형 판타지의 효시’ ‘본격 대중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일부 마니아에게만 수용됐던 판타지의 저변을 대중으로 확장시켰다.

총 판매량 1000만 부에 이르는 ‘퇴마록’이 세상에 나온 지 올해 20년을 맞았다. 이우혁은 이를 기념해 이달 말 ‘퇴마록 외전-그들이 살아가는 법’(엘릭시스·사진)을 펴낸다. 12년 만에 재개되는 퇴마록 발간 소식에 팬들은 들썩이고 있다. 작가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총 3부작으로 퇴마록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공개한 것.

1000만 작가의 집필실은 책장 하나와 책상 2개, 2인용 소파가 가구의 전부였다. 고시생 방처럼 협소했다.

“외전 구상을 한 지는 오래됐어요. 본편에선 인물들의 목숨 건 싸움을 그리는데 소소하고 인간적인 것들도 쓰고 싶었죠. 하지만 당시 출판사(들녘)에서 ‘본편 내기도 급한데 왜 그런 걸 쓰느냐’고 해 결국 접었죠. 외전을 쓰며 초창기 순박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좋았어요.”

외전에는 200자 원고지 200장 내외의 에피소드 5개가 실린다. 박 신부와 현암, 준후가 처음 같이 생활하면서 겪는 일, 준후가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 겪는 일, 현암과 승희의 로맨스 등이다. “팬 서비스 성격”이라며 그는 웃었다.

‘퇴마록’은 성공했지만 작가에게는 그늘을 드리우기도 했다. 그에겐 ‘왜란종결자’(약 150만 부) ‘치우천왕기’(약 40만 부)를 비롯한 다른 히트작도 있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것은 ‘퇴마록’뿐이라는 것. 그런데 왜 또 영화를? 작가의 설명은 이랬다.

‘퇴마록’은 1998년에도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다. 배우 안성기 신현준 추상미가 출연한 작품이다. 당시 서울 관객 40만 명을 넘기며 선방했지만 이우혁의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영화가 잘 나왔으면 책은 2000만 부를 넘겼을 겁니다. 영화에 실망한 사람들은 제 소설을 찾아보려 하지 않아요. 요새는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작의 실패를 덮을 수 있는 새 영화를 만들고 싶은 거죠.”

시나리오는 직접 쓰고 있다. 20여 년 전 작품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등장하는 ‘현대화’ 과정을 거치고 있고, 현재 제작사 몇 곳과 영화화를 타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이우혁은 곧 신간 집필에 나선다. “종교, 신화, 인문학, 역사학, 생물학, 지질학을 아우르는 ‘40만 년의 우주사’로서 성경 정도의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그의 신작 설명을 듣다 보니 좁은 그의 원룸이 무한히 확장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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