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철 MBC사장 해임
“충분히 소명했습니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 회의장을 빠져나온 김재철 MBC 사장(60)은 취재진의 질문에 짧은 대답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김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출석해 “방문진의 위임을 받은 사장으로서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약 1시간 동안 소명했지만 이사들은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2010년 2월 취임 이래 이미 세 차례 해임안이 상정될 정도로 논란이 거셌던 김 사장의 거취 문제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 임기 남은 김 사장의 해임은 왜?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김 사장이 방문진과의 사전협의 없이 계열사 임원 인사 내정자를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당 이사들이 해임에 동의했을 리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MB 정권 낙하산 인사 정리 예고, 정부조직법 원안 통과 때 김 사장의 퇴진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야당과의 갈등, 사회 통합 분위기로 가려는 의지 등이 합쳐져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김 사장을 옹호하던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도 모두 퇴진했다.
김 사장의 해임은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곪을 대로 곪아 터질 때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사장을 둘러싼 온갖 논란과 의혹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2010년 2월 취임하면서부터 이명박 정부의 ‘낙점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취임 한 달 만에 김우룡 당시 방문진 이사장이 “김 사장이 큰집(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 까인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재임 동안 정권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의 방영이 연기되거나 제작이 중단됐고,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이 커져 대규모 파업을 불렀다.
○ 새 MBC 사장에 관심 집중
김 사장의 후임으로는 구영회 MBC미술센터 사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정흥보 전 춘천MBC 사장, 최명길 보도제작국 부국장, 황희만 전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역대 정부에서 반복돼온 방송 장악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선 캠프 관계자는 임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에 이어 신임 사장마저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경우 이명박 정부 때 겪었던 노사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MBC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방송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차기 사장이 와야 한다”고 밝혔다.
김윤종·전주영 기자 zozo@donga.com
[바로잡습니다]27일자 A6면
◇27일자 A6면 ‘與측 이사 2명도 해임 찬성… 朴心 담겼나’ 기사에서 MBC 후임 사장 후보 중 최명길 씨는 보도제작국 부국장이 아니라 보도국 유럽지사장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