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장병 중 유일하게 제2함대사령부에 남은 허순행 상사의 ‘삼년상’
허순행 상사(왼쪽에서 두 번째)는 지난 시간을 ‘삼년상’을 지내는 마음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는 24일 인터뷰 직후 수차례의 사진촬영 요청을 거절했다. 산화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했다. 이 사진은 지난해 2주기 직전 다른 생존 승조원들과 찍은 것이다. 동아일보DB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승조원이었던 허순행 상사(41). 그는 그 비극의 생존자 중 유일하게 천안함이 소속됐던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계속 근무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많은 승조원들이 참혹했던 기억에 대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때문에 제2함대에 남아 있기를 꺼렸지만, 그는 현재 제2함대의 해상훈련대 통신관찰관이다. 24일 오후 평택 제2함대사령부 진해함에서 그를 만났다.
―어느덧 천안함 폭침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허순행 상사(왼쪽에서 두 번째)는 지난 시간을 ‘삼년상’을 지내는 마음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는 24일 인터뷰 직후 수차례의 사진촬영 요청을 거절했다. 산화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했다. 이 사진은 지난해 2주기 직전 다른 생존 승조원들과 찍은 것이다. 동아일보DB
“한번은 훈련 도중에 불이 꺼진 적이 있었다. 주변에 누군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불이 켜지고 보니깐 아무도 없었다. 문고리를 잡고 격실을 찾는데 천안함 폭침 당시가 생각났다. 겁이 나거나 무서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일이 자꾸 떠올랐다. 다행히 나 같은 경우는 배를 타는 것에 대한 큰 거부감이 없다. 올해 6월로 육상 근무를 한 지 3년이 된다. 올해 후반기나 내년 상반기에는 다시 바다로 나가려고 한다.”
―일각에선 여전히 북한의 어뢰 공격이 아닌 ‘좌초설’ 등을 주장한다.
“많은 전문가들의 조사를 거쳐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폭침된 것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쉬운 부분이 여전히 많다. 노후 음파 탐지기 부품을 교체하고 대잠항공기 성능도 개량하는 등 후속조치가 있었지만 전력 보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천안함과 같은 1200t급 초계함으로 적 잠수함을 완전히 탐지 식별하고 어뢰 공격을 회피하는 게 쉽지 않다. 적정 수의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를 갖춰 통합 대잠전을 수행할 수 있어야 ‘제2의 천안함 폭침’을 막을 수 있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해온다면….
“천안함 승조원 중 20여 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동해, 서해, 남해 각 함정에서 주어진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적이 다시 도발하면 전우의 복수에 앞장서겠다.”
허 상사는 인터뷰 말미에 살아 돌아온 장병들이 간혹 죄인처럼 비치는 게 아쉽다고 했다. 이어 “천안함 생존 장병이 아니라 천안함 승조원으로 불러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