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타워-동대문디자인플라자 최악 3,5위 꼽혀 이름값 무색
내년 3월 개관을 앞둔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영국 디자인 전문잡지 월페이퍼는 “눈길을 잡아끄는 멋진 건물”이라고 호평했으나 국내 건축계에서는 “장소의 성격과 일치하지 않고 건축의 존재감만을 부각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건축은 도시를 구성하는 무형적인 요소를 시각화한 것이다. 건축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가 합의한 사항들이 관련 법규, 규정, 절차의 바탕 위에 구현된 것이 건축물이다. 많은 사람의 관심 대상이 되는 공공건축물에는 사회가 합의한 절차와 과정이 더해진다. 그 절차와 과정을 만들기 위한 협의 과정에 사람들의 시간적 공간적 욕망이 투영된다. 따라서 우리가 도시의 풍광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건축물들, 즉 한 시대의 건축은 그 시대 사람들의 자화상 같은 것이다.
미국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가 설계한 종로타워(1999년). 우대성 한국건축가협회 기획위원장은 “도시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혼자 군림하는 건축”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DB
하지만 도시에 훌륭한 건축물을 짓는 것은 비싼 요리를 주문하거나 잘 만들어진 제품을 사는 것과는 다르다. 근사한 건축물을 가지려면 유명 건축가의 이름보다는 건축물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는 항상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우선 건축주의 내부 소통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름난 건축가만 모셔오면 모든 것을 알아서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최고의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건축주의 결단이 필요하다. 공공건축에서는 행정기관이나 관련 위원회뿐만 아니라 시민도 건축주에 포함된다. 건축 프로그램, 즉 건축주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주문할수록 더 좋은 건축물이 완성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건축주 내부의 합의와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건축가와의 소통도 원만하지 못하고, 그것은 고스란히 결과물에 영향을 끼친다.
건축가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외국 건축가와의 프로젝트 진행에는 항상 소통이 큰 문제가 된다. 외국 건축가에게 우리 도시의 맥락을 관찰하고 분석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외국 건축가의 작품에는 ‘역사와 도시의 맥락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또 어떤 건축적 요구를 할지 우리 내부의 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건축 과정에서 설계 변경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들이지 않아도 될 사회적 비용과 노력을 허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유명한 외국 건축가의 이름값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괜찮은 결과물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의 다른 도시에는 멋진 건축물을 수차례 구현한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유독 한국에선 세계적 명성을 의심케 하는 결과물을 내놓는 이유는 바로 이런 문제들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경우 그것을 설계한 건축가를 의심하거나 비난하기보다 그 건축물에 비친 우리 자화상을 반추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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