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 무역 장벽 보고서 추진… 상대국에 시정 요구하기로
정부가 이처럼 한국 수출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세계 각국의 비관세장벽을 ‘통상 가시’로 보고 이를 빼내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올해 안에 한국을 차별하는 주요 교역 상대국의 사례를 조사한 뒤 ‘비관세장벽 보고서’를 만들어 해당국에 개선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정부가 벤치마킹할 NTE 보고서는 미국의 수출에 방해가 되는 세계 각국의 규제를 총망라한 ‘무역장벽 백과사전’이다. 지난해 4월 발간된 NTE 보고서 한국 편을 보면 ‘위스키에 대한 무선인식(RFID) 부착 의무조치가 미국 주류업계에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고속도로에 오토바이 운행이 금지돼 미국 업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매우 어렵다’ 등 세세한 내용까지 수록돼 있다. 미국은 이를 토대로 각 나라에 자국에 불공정한 조치를 고칠 것을 요구하고 FTA 협상에서 무기로 활용한다.
특히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한국에 가장 많은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 나라는 러시아(47건)였고 아르헨티나(43건) 중국(22건) 인도(20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과거에는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전통적’ 방식의 보호무역 조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비관세장벽’이 수출의 새로운 장애요인으로 떠올랐다. 자국에 유리한 공산품 인증제도를 새로 도입해 수입제품에는 인증을 허락하지 않거나 늦추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FTA 협상은 주요 수입품의 관세율을 낮추는 ‘관세양허’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각종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식재산권, 표준, 기술장벽, 환경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에서 통상의 가시를 뽑는다는 목표로 보고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조성대 연구위원은 “미국, EU 등 주요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확대되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 성장세를 유지하는 한국이 향후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관세장벽을 통한 보호무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유관기관, 수출기업이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정보를 발 빠르게 입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