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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Made in Korea 통상 가시 뽑아라”

입력 | 2013-03-28 03:00:00

산업통상부, 무역 장벽 보고서 추진… 상대국에 시정 요구하기로




한국의 가전업체들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전자제품에 납, 수은 같은 중금속 물질이 조금이라도 들어 있으면 명칭, 함량, 회수 가능 여부 등을 포장에 표시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가전업계는 “유럽연합(EU)보다도 기준이 까다로워 맞추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의 가전제품 수출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비(非)관세장벽’이다.
 
정부가 이처럼 한국 수출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세계 각국의 비관세장벽을 ‘통상 가시’로 보고 이를 빼내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올해 안에 한국을 차별하는 주요 교역 상대국의 사례를 조사한 뒤 ‘비관세장벽 보고서’를 만들어 해당국에 개선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올해 안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연례 보고서인 ‘무역장벽(NTE) 보고서’를 벤치마킹한 ‘비관세장벽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고위 당국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각국이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어 한국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향후 FTA 협상을 할 때 비관세장벽 철폐를 요구할 수 있도록 우선 보호무역 실태를 상세히 담은 보고서를 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통상교섭본부가 매년 ‘외국의 통상환경’이라는 책을 펴냈지만 개괄적인 내용만 담겨 상대국에 장벽 철폐를 요구할 만큼 ‘강도 높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가 벤치마킹할 NTE 보고서는 미국의 수출에 방해가 되는 세계 각국의 규제를 총망라한 ‘무역장벽 백과사전’이다. 지난해 4월 발간된 NTE 보고서 한국 편을 보면 ‘위스키에 대한 무선인식(RFID) 부착 의무조치가 미국 주류업계에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고속도로에 오토바이 운행이 금지돼 미국 업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매우 어렵다’ 등 세세한 내용까지 수록돼 있다. 미국은 이를 토대로 각 나라에 자국에 불공정한 조치를 고칠 것을 요구하고 FTA 협상에서 무기로 활용한다.

정부가 이 같은 보고서를 만들기로 한 것은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한국의 수출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적용된 보호무역 조치 건수는 2009년 102건에서 지난해 467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한국에 가장 많은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 나라는 러시아(47건)였고 아르헨티나(43건) 중국(22건) 인도(20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과거에는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전통적’ 방식의 보호무역 조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비관세장벽’이 수출의 새로운 장애요인으로 떠올랐다. 자국에 유리한 공산품 인증제도를 새로 도입해 수입제품에는 인증을 허락하지 않거나 늦추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FTA 협상은 주요 수입품의 관세율을 낮추는 ‘관세양허’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각종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식재산권, 표준, 기술장벽, 환경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에서 통상의 가시를 뽑는다는 목표로 보고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조성대 연구위원은 “미국, EU 등 주요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확대되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 성장세를 유지하는 한국이 향후 주요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관세장벽을 통한 보호무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유관기관, 수출기업이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정보를 발 빠르게 입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