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7세 SK플래닛 ‘띡’ 팀의 사내벤처 도전기
SK플래닛의 사내벤처 ‘띡’ 팀. 왼쪽부터 고재호 팀장, 박미영 송미향 유윤봉 매니저.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대기업 3년차 직장인 고재호 SK플래닛 팀장(29)은 남들과 전혀 다른 고민을 갖고 있었다. 다들 젊게 보이려고 안달하지만 고 팀장은 원숙해 보이고 싶은 게 소망이다. 거래하는 외부 업체들이 “도대체 몇 살이냐”고 팀원들에게 묻는 바람에 아예 콧수염을 길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내 최연소 팀장이다. 팀 이름도 특이하다. ‘띡(Beep).’ 그가 만든 띡 프로젝트가 SK플래닛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플래닛 엑스’의 네 번째 도전과제로 선정돼 동료들은 그를 ‘벤처사장’이라고도 부른다.
고 팀장은 원래 SK텔레콤 모바일사업부 소속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부서가 SK플래닛으로 흡수되면서 ‘벤처기업가의 꿈’이 조금 빨리 찾아왔다. 그는 “우리는 대기업 입사와 창업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한 세대”라며 “이왕이면 큰 조직의 일도 배우고 동시에 창의적인 일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띡’이란 스마트폰에 내장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이 작동할 때 나는 소리다. 쉽게 흘려듣기 쉬운 의성어를 팀 이름으로 채택할 만큼 재기가 넘친다.
그러나 사업 아이템은 대기업도 쉽게 도전하지 못할 만큼 묵직하다. MWC에서 선보인 모바일 결제 플랫폼은 전국의 중소 사업자들이 스마트폰을 카드결제기로 겸용할 수 있게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묵직한 카드결제 단말기를 들고 다니던 피자 배달원들도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스마트폰 하나로 신용카드 고객을 맞을 수 있다.
SK플래닛의 플래닛 엑스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흡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달에 한번 신규사업 아이템을 발표하는 강당에 전 직원이 모여 스마트폰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좋아요’ ‘글쎄요’를 누른다. 이 1차 심사에서 60%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즉시 별동대를 구성해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할 수 있다. 임원진이 참가하는 2차 심사까지 통과하면 예산과 인력 자율권은 물론이고 향후 수익의 일부도 보장한다.
그는 “빠른 의사결정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현재의 모바일 시장인데 국내 대기업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 타이밍을 놓치는 느린 의사결정 때문에 이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다”며 “띡 팀이 사내벤처의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