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가 한국의 대북(對北)정책을 근간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짜겠다고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정책 전환을 고민하던 미국으로서는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이니셔티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한미동맹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국이 한국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원한다면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
사실 오바마 1기 행정부도 처음에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면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선(先)남북대화 기조를 분명히 하긴 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압박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자 2012년 2·29 윤달합의 등 우회로를 찾으려 했으나 북한에 배신당한 기억이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따라서 오바마 2기 행정부가 한국 중시 대북정책으로 다시 선회한 것은 그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들어있다.
새 한반도 정책 기조는 다음 달 양국 외교장관의 교차방문과 5월로 예정된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율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결국 우리가 직접 당사자인 만큼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모처럼 잡은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정책적인 대안 부재나 실효성 있는 전략 마련 실패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안보위기를 타개하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대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업무보고 직후 “북한의 변화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능동적으로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어 북한이 변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튼튼한 안보가 바탕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과거 진보정부 10년의 대북 유화책과 보수정부 5년의 압박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것은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마련에 실패한 때문이라는 사실도 되새겨야 한다. 남북이 약속한 합의사항을 모두 다 이행하고 지속가능한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소걸음처럼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