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속상해 눈물…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손에 잡히는 것마다 입에 넣기 바쁜 아이였다. 걸음마를 시작한 지도 1년이 되지 않아 어느 곳이 안전한지, 차 옆이 얼마나 위험한지조차 몰랐다. 26일 오전 9시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청주엘리트 어린이집 앞에서 25인승 어린이집 통학버스 왼쪽 뒷바퀴에 깔려 숨진 김세림 양(3)은 무엇보다 어른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에서 태권도장 통학차량에 옷자락이 끼여 끌려가다 주차된 차에 머리를 부딪쳐 숨진 일곱 살 강모 군의 악몽 같은 사고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 짓밟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은 분노와 슬픔으로 들끓고 있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 “너무 속상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화가 나 미칠 지경…” 등의 내용을 담은 댓글과 트윗이 온종일 올라오고 있다.
숨진 김 양과 같은 세 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서모 씨(35·여)는 “관리당국이 매번 반복해 내놓는 대책에 진절머리가 난다. 같은 말만 반복해 자동응답기가 말하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누리꾼 dh31****은 “이런 사고가 있을 때마다 댓글이 천만 개가 달려도 부모의 눈물 한 방울 덜지 못한다. 제발 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학원장과 통학차량 운전사, 인솔교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살 난 아이를 둔 김모 씨(32·여)는 “인솔교사와 운전사의 부주의가 아이를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데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보험에 가입했으니 돈으로 변상하겠다면 끝이냐”고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창원 사고 직후 △어린이 인명사고 낸 학원 인허가 취소 △어린이 승하차 시 인솔자가 안 내리면 형사처벌 △통학차량의 교통법규 위반 시 과태료 100만 원 이상 부과 △통학차량 전문 면허 만들고 안전운전 교육 의무화 △어린이에게 의무적으로 교통안전 교육 실시 등 5개항을 요구했고, 상당부분이 청주가 지역구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18일 발의한 의원입법안에 반영됐다. 하지만 이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위의 5가지 사항에 추가해 통학차량에 광각 실외후사경(볼록거울)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고 차량 운전사 정모 씨(56)는 경찰조사에서 “출발 전 왼쪽 사이드미러를 봤지만 김 양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창원에서 일어난 사고의 운전사 장모 씨(46)도 “출발 전 사이드미러를 봤지만 강 군이 차에 끌려가는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승합차량 운전석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광각 실외후사경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 씨와 장 씨가 운전한 차량 모두 광각 실외후사경은 없었다. 한국교통연구원 설재훈 박사는 “도로교통법 개정이 시급한 것은 맞지만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당장 내일부터라도 모든 어린이 통학버스에 광각 실외후사경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일·장선희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