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을 정상국가로”… 中과 목표 공유, 대북정책 바꿀 명분 줘야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이 기존 대북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는 조짐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 중단설 등이 대표적이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동참은 ‘한반도 불안정의 최대 원인이 북한이라면 중국도 한국 미국 일본과 함께 대북 제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이 중국을 움직일 호기
외교부의 한 중국 전문가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대국 관계의 핵심 과제라는 점을 대중국 외교의 핵심 논리로 개발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을 내세우며 대아시아 정책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미일동맹이 끈끈해진 점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한국마저 미국과 밀착하면 동북아의 세력 균형이 급격히 기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중국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한중일 관계의 ‘중간자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를 적극 활용해 5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한국 주도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코리아 이니셔티브 디플로머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 대중(對中) 촉매 논리를 개발해야
이명박 정부에선 한중 간에 이런 대화가 없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박근혜 대선캠프 출신의 한 전문가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거나 가능성을 높게 본 이명박 정부는 그런 대화가 절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한국이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안정을 원한다고 중국에 말하는 순간 한중은 북한의 정상국가화라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게 된다. 중국과의 대화는 훨씬 부드러워지고 새로운 차원의 설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그 사람 친미주의자 아니오!”
이런 외교를 위해 청와대를 비롯한 외교안보 핵심라인에 중국도 잘 아는 외교통이 절실하지만 박근혜 정부도 미국통과 군인 출신으로만 짜였다는 우려가 많다.
지난해 대선 당시 중국 관리가 박근혜 후보의 외교 실세는 누구냐고 묻기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라고 답했더니 그가 대끔 “그 사람은 친미주의자 아니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국 관료는 “사실이 아니다. 균형감각을 갖춘 외교관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윤 장관의 주요 경력이 미국 업무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쉽게 걷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윤 장관 같은 ‘워싱턴 스쿨(미국통)’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같은 군 출신밖에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현 정부에는 중국통도 없지만, 국제정세의 큰 그림 속에서 중국의 생각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윤완준 기자·베이징=이헌진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