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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한점 한점 보석을 새기듯… 소설가 이전에 나는 시인”

입력 | 2013-03-28 03:00:00

다섯 번째 시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 펴낸 한승원




소설가 한승원(74)은 사실 시인이기도 하다. 첫 시집 출간 이후로만 따져도 시력(詩歷) 20년을 훌쩍 넘는다. 1991년 첫 시집 ‘열애일기’를 낸 그는 소설을 쓰는 틈틈이 시도 놓지 않았다. 그런 그가 최근 다섯 번째 시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서정시학·사진)을 펴냈다.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한승원은 ‘아제아제 바라아제’ ‘다산’ ‘원효’ 등 선 굵은 장편들을 선보였고,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모두 소설로 받은 상들이다. 20년 넘게 시를 썼지만 그는 시단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도, 작은 시문학상도 받지 못했다. 섭섭하지는 않을까.

“독자나 평론가들이 저를 소설가로만 얘기하지 시인으로서 얘기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제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려고 하는 작업들이 언젠가는 이뤄지겠죠.”

최근 다섯 번째 시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을 내놓은 한승원 시인. 서정시학 제공

그는 학창 시절부터 시를 썼다고 했다. 비록 소설로 등단해 소설가가 됐지만 시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았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초반 건강이 안 좋아 소설을 쓸 수 없는 시기에 우연히 시를 다시 쓰게 됐다.

“시를 쓰는 것은 삶에서 한 점 한 점 ‘보석’을 새기는 것과 같아요. 정서적으로 자신의 감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고향인 전남 장흥에 집필실 ‘해산토굴’을 짓고 사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고향의 앞바다와 꽃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세상의 이치를 읊조린다.

‘소주 몇 잔으로 벌겋게 취한 노을이/사라지고 수묵 색깔의 땅거미가/내리는데 먼 바다에 물새처럼 동그마니 앉은 무인도에 번하게/치자 빛깔의 까치노을이 뜬다, 나도 사라질 때 저 빛깔이고 싶다…언제 어느 때든지 새 문장은 한 개의 마침표에서부터 시작된다//이 세상 다녀가는 것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시 ‘서시(序詩)’에서)

“우주를 아름답게 색칠해가는 마음으로 시집을 펴냈다”는 작가. 농밀해진 그의 시편들에서 삶을 관조하는 편안한 연륜이 느껴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