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남 진주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등축제 대응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주시 제공
경남 진주시와 서울시가 ‘등(燈) 축제’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진주시와 시의회,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서울 등축제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시가 2009년부터 매년 11월 청계천 일원에서 개최하고 있는 ‘서울 등축제’를 중단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진주 고유의 역사를 살린 남강유등축제(10월)를 그대로 모방한 서울 등축제가 지역문화의 독창성을 훼손하고 문화적 가치와 자산을 훔쳐갔다는 이유에서다. 대책위는 전날 진주체육관에 3000명이 넘는 시민을 모아놓고 발대식을 열었다.
비대위에는 새누리당 이창희 진주시장, 같은 당 김재경 박대출 국회의원, 유계현 진주시의회 의장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비대위는 공동집행위원장과 기획운영위원회 등 8개 위원회를 두고 서울 등축제 중단을 위한 범국민 캠페인, 서명운동, 서울시 항의 방문,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 등 조직적인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발대식에서 이 시장은 “진주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남강유등축제를 모방한 등축제를 계속 열기로 한 서울시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석 인사들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와 다름없다”거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같은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부에서는 “남강유등축제는 역사성과 강의 규모, 진주성 주변 풍광 등 모든 면에서 서울 등축제와 비교할 수 없는 만큼 후발주자를 잘 이끌어주고 그 대신 서울시는 그에 상응하는 ‘배려’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는 등의 종류가 제한적이어서 일부 중복은 되지만 의도적인 모방은 하지 않았으며, 논란을 줄일 수 있도록 기획 단계에서부터 차별화에 신경을 쓰겠다는 생각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등축제 인기가 좋아 바로 중단하는 것은 어렵고 두 지역 축제의 상생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