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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개봉 ‘런닝맨’서 연기변신 신하균 “날고 뛰고 구르고… 액션도 거뜬합니다”

입력 | 2013-03-29 03:00:00


‘런닝맨’에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불법 콜택시 전문 기사로 나오는 신하균. 그는 다음 달 4일 첫 방송하는 SBS 드라마 ‘연애의 모든 것’에서는 국회의원으로 나온다. “가파른 수직 신분 상승이네요.”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연기파? 순수파?

신하균(39)을 분류하는 카테고리로 적당할까? 이제 하나 더 넣어야겠다. 액션파 배우!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런닝맨’이 그를 맘껏 달리고 구르게 했다. 역할은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쓰고 도망치는 불법 콜택시 전문 기사 차종우. 5층 이쪽 건물에서 저쪽 건물로 점프하고, 40m 높이 계단에서 자전거를 타고 날아다닌다. 와이어 한 줄에만 의지한 채로.

“CG(컴퓨터그래픽)? 기술? 그런 거보다 몸으로 때우는 영화였어요. 조동오 감독님이 최대한 배우가 직접 해야 한다고 해서요. 80% 이상 이 몸으로 한 거예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선 자신감이 넘쳤다.

무술감독은 촬영 전 “유산소 운동”을 외쳤다. 체력이 있어야 안 다친다고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 전사들을 조련했던 셔틀런(왕복달리기)을 하루 2시간씩 요구했다. “액션 연기는 처음이었어요. 제가 도전을 좋아해요. 더 나이 들면 이런 연기 못하니까….”

액션 장면이 꽤 실감나게 나왔다. 출혈도 컸다. 촬영 막바지였던 지난여름 가슴이 아파 찾아간 의사가 말했다. “갈비뼈 피로골절입니다.” 속으로 생각했다. “피로골절? 축구선수에게 자주 나타나는 건데. 너무 굴렀나?”

액션과 함께 영화를 끌고 가는 다른 축은 애틋한 부정(父情). 차정우는 고교 때 ‘사고 쳐’ 낳은 아들 기혁(이민호)을 두었다. 아들과는 18세 차이다. 가진 것 없고 제 앞가림 못하지만 가슴속에 뜨거운 부정을 묻어 둔 아버지다.

“결혼도 안 했는데, (역할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우리 아버지와 저의 관계를 말이죠. 대부분 아버지와 아들이 그렇잖아요. 살갑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뜨겁잖아요.”

연기파 배우 신하균의 진가는 세세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애쓰는 아들을 힐긋 바라보는 눈빛. “아들이 대견해도 표현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 있잖아요. 그런 디테일을 살려봤어요.”

런닝맨’에서 도망자로 나와 건물에서 뛰어내리기를 밥먹듯 하는 신하균.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지나온 역할들에 비하면 한없이 가벼운 역할이다. 수많은 마니아를 낳은 ‘지구를 지켜라’, 장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과 ‘박수칠 때 떠나라’,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복수는 나의 것’과 ‘박쥐’, 장훈 감독의 ‘고지전’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는 제법 화려하다.

“20대에 했던 영화들이 참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복잡하고 어려워 고민 많이 해야 했던 영화들을 인정해 줬잖아요. 지금 환경에서는 나올 수 없는 영화들, 아! 아련합니다.” 그는 “‘지구를 지켜라’가 딱 10년 전인 2003년 4월 4일 개봉했다”고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4월 4일은 그에게 특별한 날. 주연을 맡은 SBS 드라마 ‘연애의 모든 것’이 첫 전파를 탄다. 그는 보수당 의원으로 나와 진보당 의원(이민정)과 비밀 로맨스를 펼친다. “드라마와 영화 쌍끌이 흥행? 봄날 스크린과 안방극장 다 신하균 세상이 된다. 하하, 상상만으로도 신이 납니다.”

‘런닝맨’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국내에 투자해 만든 첫 영화다. 흥행에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이지는 않을까. “고생한 만큼 잘 나온 것 같아요. 재밌는 오락영화 즐기고 싶은 분들 많이 오세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이날 여대를 찾아가 팬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고 했다. 노총각은 살짝 업 된 분위기였다. 그러지 않아도 진한 눈 밑 주름이 실룩거렸다. “설렙니다. 한 명 건져야 하는데. 크크.”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