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에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불법 콜택시 전문 기사로 나오는 신하균. 그는 다음 달 4일 첫 방송하는 SBS 드라마 ‘연애의 모든 것’에서는 국회의원으로 나온다. “가파른 수직 신분 상승이네요.”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신하균(39)을 분류하는 카테고리로 적당할까? 이제 하나 더 넣어야겠다. 액션파 배우!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런닝맨’이 그를 맘껏 달리고 구르게 했다. 역할은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쓰고 도망치는 불법 콜택시 전문 기사 차종우. 5층 이쪽 건물에서 저쪽 건물로 점프하고, 40m 높이 계단에서 자전거를 타고 날아다닌다. 와이어 한 줄에만 의지한 채로.
무술감독은 촬영 전 “유산소 운동”을 외쳤다. 체력이 있어야 안 다친다고 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 전사들을 조련했던 셔틀런(왕복달리기)을 하루 2시간씩 요구했다. “액션 연기는 처음이었어요. 제가 도전을 좋아해요. 더 나이 들면 이런 연기 못하니까….”
액션 장면이 꽤 실감나게 나왔다. 출혈도 컸다. 촬영 막바지였던 지난여름 가슴이 아파 찾아간 의사가 말했다. “갈비뼈 피로골절입니다.” 속으로 생각했다. “피로골절? 축구선수에게 자주 나타나는 건데. 너무 굴렀나?”
액션과 함께 영화를 끌고 가는 다른 축은 애틋한 부정(父情). 차정우는 고교 때 ‘사고 쳐’ 낳은 아들 기혁(이민호)을 두었다. 아들과는 18세 차이다. 가진 것 없고 제 앞가림 못하지만 가슴속에 뜨거운 부정을 묻어 둔 아버지다.
“결혼도 안 했는데, (역할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우리 아버지와 저의 관계를 말이죠. 대부분 아버지와 아들이 그렇잖아요. 살갑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은근히 뜨겁잖아요.”
런닝맨’에서 도망자로 나와 건물에서 뛰어내리기를 밥먹듯 하는 신하균.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0대에 했던 영화들이 참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복잡하고 어려워 고민 많이 해야 했던 영화들을 인정해 줬잖아요. 지금 환경에서는 나올 수 없는 영화들, 아! 아련합니다.” 그는 “‘지구를 지켜라’가 딱 10년 전인 2003년 4월 4일 개봉했다”고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4월 4일은 그에게 특별한 날. 주연을 맡은 SBS 드라마 ‘연애의 모든 것’이 첫 전파를 탄다. 그는 보수당 의원으로 나와 진보당 의원(이민정)과 비밀 로맨스를 펼친다. “드라마와 영화 쌍끌이 흥행? 봄날 스크린과 안방극장 다 신하균 세상이 된다. 하하, 상상만으로도 신이 납니다.”
‘런닝맨’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국내에 투자해 만든 첫 영화다. 흥행에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이지는 않을까. “고생한 만큼 잘 나온 것 같아요. 재밌는 오락영화 즐기고 싶은 분들 많이 오세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