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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의 간판 음악 프로그램들. 왼쪽부터 KBS ‘뮤직뱅크’를 진행하는 배우 이장우와 가수 유이, MBC ‘쇼! 음악중심’의 소녀시대 멤버 서현 티파니 태연, SBS ‘인기가요’의 진행자인 가수 황광희 아이유, 탤런트 이현우. KBS, MBC, SBS 화면 캡처
방송 3사가 시청률 회복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집계의 공정성 논란 끝에 폐지됐던 순위제의 부활이다. SBS ‘인기가요’는 8개월 전 폐지했던 순위제를 17일부터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음원 판매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조회수 및 코멘트 수, 모바일 앱을 통한 시청자 투표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산출한다. MBC ‘쇼! 음악중심’도 다음 달부터 순위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2006년 1월 폐지한 지 7년만이다. KBS ‘뮤직뱅크’는 디지털 음원과 음반 판매량, 방송 횟수, 시청자 선호도를 합산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순위제로 시청률이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1980, 90년대만 해도 지상파 방송사 음악 프로의 가요 순위는 절대적인 권위를 자랑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가온, 멜론 등 대안적인 음원차트가 많이 생겼다. MBC ‘쇼! 음악중심’의 조욱형 PD는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었던 인터넷 이전 시대가 음악 프로의 전성시대였다”며 “그땐 순위 발표 때 두근두근 ‘쪼이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차트가 많아 쉽게 1위를 예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상파 음악 프로 추락의 또 다른 큰 원인은 신뢰도 하락이다. 팬들은 지상파 음악 프로의 순위 결과를 기다리지 않을 뿐더러 음악 프로의 순위가 다른 음원 차트 순위와 차이가 나면 “돈 많은 기획사에 유리한 것 아니냐”며 공정성을 의심한다. SBS ‘인기가요’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SNS 조회수 등을 감안해 순위를 매기지만 이는 노래가 혹평을 받더라도 화제만 되면 순위가 올라간다는 맹점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들은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콘텐츠를 퍼나르는 인터넷 바이럴 마케팅 회사를 고용해 SNS 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지상파 음악 프로 순위제가 폐지됐던 건 PD들이 기획사로부터 상납을 받는 폐단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산출방식이라고 해도 순위제는 (대형 기획사에 유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