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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조 노세라]총기로부터 아이들 보호하기

입력 | 2013-03-29 03:00:00


조 노세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최근 두 달간 나는 비서와 함께 미국에서 벌어진 총격사건 소식을 매일 블로그에 올렸다.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은 실수로 자신을 쏘거나 다른 아이를 쏜 어린이들의 얘기였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아이들이 장전된 총을 만지게 놔두고 자리를 비우는 멍청한 짓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다른 생각도 들었다. 1970년 미국 의회는 아이들이 열 수 없게 만든 약병을 만들게 강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아이들의 장난감에 사용할 페인트를 규정했다. 주 법은 어린아이들이 자동차에 탈 때 유아용 보조 의자를 이용하도록 강제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는 총은 어떨까. 신기에 가까운 기술의 시대에 아이들이 총을 잡으면 발사되지 않게 하는 기술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분노한 10대가 부모의 무기로 쇼핑몰에서 참사를 벌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까.

그런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독일 회사 아르마틱스는 조만간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총 소유자 이외에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는 권총 판매에 나선다. 뉴저지 기술연구소의 연구개발담당 부사장 도널드 세바스천 씨는 ‘총기 개인화’라는 신원 확인장치 개발의 선두 주자다. 이 기술을 채택한 총은 총기 소유자의 손을 인식했을 때만 총탄을 발사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은 더 많이 있다.

이같이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 왜 널리 사용되지 않을까. 뭐 그리 놀랍지도 않지만, 늘 그렇듯이 미국총기협회(NRA)와 총기 신봉자의 비이성적인 반대 때문이다. 불합리한 소리지만 이들은 소유자만 발사할 수 있는 총기는 수정헌법 2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총기 소지를 찬성하는 누리꾼들은 영화 스카이폴에서 제임스 본드가 신형 신원 확인 전자장치가 도입된 총을 자랑스럽게 뽐내는 것에 격렬한 분노를 표시했다. 자신들의 권리를 해치려는 할리우드의 음모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사용될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작은 희망이 보인다. 최근 중요한 회의가 개최됐다. 총기 개인화 기술 주창자들은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을 만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기술 채택을 권고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코네티컷 주 뉴타운 주민과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가 및 기업가들이 함께 만든 ‘샌디훅의 약속’ 재단이 관련 아이디어에 상금을 주는 ‘혁신 이니셔티브’를 출범했다. 벤처 투자가 론 콘웨이 씨와 개브리엘 기퍼즈 전 하원의원이 참여했다. 또 다른 참여자로 1994년 신원 확인 전자장치 특허를 낸 앨런 보이너스 씨는 “정부에 기대할 게 없어요. 기술 혁신과 시장을 통해 문제를 풀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총기 소유자의 표를 의식해 공격용 무기 금지에 투표하기를 꺼리는 의회에도 희망이 없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신기술 총기 시장에만 맡길 수는 없다. 의회가 자동차업계의 저항을 무릅쓰고 에어백 설치법을 만든 것처럼 몇 년이 걸려도 법제화해야 한다. 그러면 매년 수천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4월 중순 존 티어니 하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은 2년 안에 모든 총기류에 총기 개인화 기술을 적용시키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의원들은 한때 시민의 안전을 위해 에어백과 아이들이 열 수 없게 만든 약병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는 곧 의회가 아이들을 해치지 못하는 총을 만들게 하는 법을 만들 정도로 여전히 유권자의 안전에 사려 깊은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조 노세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