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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주성하]북한 사이버 전사와 나눈 대화

입력 | 2013-03-29 03:00:00


주성하 국제부 기자

쓸까. 말까.

국가보안법에 걸릴 수도 있고, 색안경 낄 사람도 있겠고. 이 시국에 이런 글 써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쓰기로 결심했다.

고백하면 나는 소위 말하는 ‘북한 사이버전사’ 두 명을 알고 있다. 신변 안전이 걸린 문제라 ‘있다’냐 ‘있었다’냐도 매우 민감한데, 어쨌든 나와 몇 달 동안 대화를 나눈 이는 전직이 아닌 현직 사이버전사다.

요즘 북한 해킹 괴담이 온 나라에 퍼져 있다. “북한 미림대에서 한 해 1000명의 정예 사이버 요원이 양성된다.” “북한 사이버 병력은 3만 명이다.” “해킹 수준이 미국 CIA 뺨친다.”

한 사이버전사에게 미림대를 물었다.

“거긴 10년 가까이 공부와 담을 쌓고 살았던 군인들이 가는 곳. 교원들부터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가지 못해 발버둥치는 곳”이라고 했다. 컴퓨터를 ‘약간 배우고’ 나가는 사람은 50명 내외밖에 안 된단다. 결론만 말하면 미림대가 사이버전사 양성소라는 설명은 심한 뻥튀기란다. 하긴 미림대의 원래 이름은 군 지휘자동화대학이다.

그럼 컴퓨터는 어디서 ‘좀 배우나’ 물었다. 수재 학교인 금성 1, 2중학교라고 한다. 6년간 인터넷 관련 수업을 500시간 정도 듣는다 한다. 그런데 거기 교원 중에도 고급 해커 능력을 가진 이가 없다고 한다.

금성 1, 2중학교가 최고냐고 물었더니 그렇진 않단다. 거기 나와서 괜찮은 실력을 가진 이는 김일성대나 김책공대에 진학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컴퓨터를 배운 이들이 최고로 선망하는 곳은 인도라는 것. 북한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한 해 10명 정도를 선발해 인도로 유학을 보내는데, 바로 이들이 최고 실력자라고 한다. 최초로 나간 팀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인도에 눌러앉았다. 나중에 중국으로도 옮겨갔다.

중국서 활동 중인 사이버전사가 수천 명은 되느냐고 물었다. 5인 미만의 팀이 10개 정도인데 서로 대충 안단다. 하지만 사이버전의 활용가치에 대해 영감님들(고위층)이 ‘개념’이 없다 보니 지원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이 말을 들었던 때가 몇 년 전이다. 젊은 김정은 시대에 개념이 생겼다 쳐도 ‘중국에서 수천 명 활약’은 지나친 오버다.

나는 그들의 임무를 묻지 않았다. 그들의 목숨이 달린 비밀이기 때문이다. 그 외는 못하는 말이 없었다. 해외에 사는 그들에겐 노동당에 대한 충성심 따윈 남아 있지도 않았다. 대화를 공개할 수 없어 아쉽다.

나는 평양에서 살았던 사람이다. 미림대와 금성중학교도 안다. 그래서 저들의 설명을 가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떠드는 말보다 100배쯤 더 신뢰한다. 물론 북한의 사이버테러 능력을 무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진짜 실력 있는 해커라면 불과 수십 명의 소수 정예만 모아도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능력은 거기까지다.

끝으로 내가 운영하는 북한전문 블로그에도 평양에서 매일 찾아와 출석부 도장을 찍는 이가 있다. 이곳저곳 둘러본 흔적을 남기고 간다. 이 글도 볼 것이다. 나는 그와도 이야기 나누고 싶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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