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땐 인솔교사 엄벌-시설 폐쇄 뒤따라야美는 2007년 후진車 참변뒤 ‘카메론法’ 제정
▶본보 28일자 A12면 ‘통학車 참변’ 들끓는 여론
지난달 26일 창원에서 7세 어린이가 태권도장 통학차량에 옷이 끼여 끌려가다 숨졌지만 정부와 각 기관은 구호만 요란한 대책을 내놓았을 뿐 사실상 손을 놓았고 그 사이 어린이들이 또 참변을 당하고 있다. 만약 창원 사고 직후 통학차 어린이보호법이 제정됐다면 어땠을까. 지입차 사용을 엄벌하는 규정이 생겼다면 세림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은 전용 통학차와 직접 고용한 운전사를 둬 좀 더 안전에 신경 썼을 것이다. 인솔교사가 의무를 위반했을 때 엄벌하는 조항이 만들어졌다면 세림이가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확인한 뒤에야 차에 탔을 것이다. 광각후사경(볼록거울)을 달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법이 생겼다면 운전사는 차 옆으로 아장아장 걸어온 세림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차를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교통 안전 선진국 미국은 달랐다. 한 명의 어린이 사망 사고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2007년 아버지가 후진하던 차에 깔려 숨진 두 살 아기 카메론 걸브렌슨 군이 계기였다. 의회는 숨진 아기의 이름을 따 ‘카메론 걸브렌슨 어린이교통법’을 제정했고 2008년 2월 28일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차에 후진 경고음 장치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 교통부(DOT)는 후속 조치로 모든 차에 후방카메라와 모니터를 단계적으로 장착하는 중이다.
일본은 2006년 8월 음주운전 차에 어린이 3명이 치여 숨지자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도로교통법을 뜯어고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고 동승자도 처벌했다. 손님이 음주운전을 할 소지가 있다는 걸 알고도 술을 판매했으면 업주까지 처벌했다. 2005년 707명이던 일본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는 2007년 430명으로 줄었다.
▼ “통학차 운전 전문면허제 도입해야” ▼
동아일보 취재팀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한국교통연구원 등 교통안전 연구기관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서울녹색어머니회 등 시민단체, 그리고 자녀를 둔 시민의 의견을 모아 강력한 ‘세림이법’을 구상했다.
통학차 전문 면허제 도입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다. 일반 운전자와 달리 통학차 운전사는 어린이가 타고 내릴 때 안전하게 인솔해 줄 의무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취재팀이 두 차례 서울지역 통학차 63대를 추적했을 때 10대 중 6대꼴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 통학차 전문 면허를 만들어 필기와 실기 시험에 어린이 안전 부문을 추가하고, 분기마다 혹은 해마다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학부모와 녹색어머니회 등 시민단체는 대부분 “하루빨리 세림이법이 만들어져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네 살짜리 딸을 둔 서모 씨(33)는 “우리 딸도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어제 오늘 신문을 보고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아이 안전만은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은택·조건희·장선희 기자 nabi@donga.com
▲ 동영상 = 막장 어린이집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