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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공감대가 ‘키-디플로머시’의 원동력

입력 | 2013-03-29 03:00:00

[북핵 열쇠 ‘KI-디플로머시’를 찾아서]
■ 南南갈등 해소가 먼저




전문가들은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설득하고 미국을 이끌면서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려면 강력한 국내 지지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주도하는 전방위 외교인 키-디플로머시(KI-Diplomacy)의 원동력은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성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 “국론 분열됐는데 북한이 경청하겠나”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이었던 전직 고위 인사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정치적 분열 양상을 꼬집었다. 국회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정부와 여당의 잘못이 이런 문제를 초래한 책임도 있다는 점을 결의안에 병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심한 좌절감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 인사는 “북한의 만행을 여야가 한목소리로 꾸짖어도 모자란 것 아니냐.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긴급 회동을 하고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고 과시했지만 그때뿐이었다.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천안함 폭침을 ‘사고’로 표현한다. 극단적 좌파단체들은 “한국과 미국 때문에 전쟁 위기가 왔다”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지원과 남북대화 제의 계획을 본격화하자 보수진영 일각에선 벌써부터 ‘대북 퍼주기 아니냐’며 비판한다. 국책연구기관장 출신의 인사는 “통일부는 북한과의 화해협력과 북한의 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균형 있게 잡아야 하는데 야당은 대화만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여당은 북한을 자극하는 역할까지 통일부에 강요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남남(南南) 갈등 상태에선 대통령이 아무리 ‘북한에 핵을 내려놓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라’고 한들 북한이 전혀 경청하지 않는다. 한국의 주도적 전방위 외교를 북한이 존중할 리도 없다”고 말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도 “외교안보는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최소한 국내 정치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서독판 키-디플로머시’에 해답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서독이 추진한 동방정책(동유럽권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서독 정치권과 국민들의 하나 된 모습에서 키-디플로머시의 토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방정책의 기틀을 닦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사회민주당 출신이었다. 동방정책은 당시까지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던 서독에서 급진적인 정책이었지만 정치권과 국민들은 동방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헬무트 콜 전 총리는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 출신이었지만 동방정책을 계승해 마침해 독일 통일로 그 꽃을 피워냈다. 콜 총리 시절의 한스 디트리히 겐셔 외교장관은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 출신으로, 주변국과 동독에 서독판 이니셔티브 디플로머시(Initiative Diplomacy)를 폈다. 서독이 독일(서·동독) 문제와 관련한 외교에서 주변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던 힘은 초당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과 국민적 공감대였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 입안에 깊이 관여한 한 인사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본 전제는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진보-보수 간에 벌어지는 남남 갈등의 해소다. 그래야 남북 간 신뢰 회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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