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출구조조정 고충 상상초월”… 조원동 경제수석 현실론 제기“경제 활성화 아닌 정상화”… MB정부 책임론도 내비쳐
청와대는 지금까지 견지하던 ‘대선공약 무조건 강행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현실론’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이명박 전 정부가 적자재정을 물려주는 등 악조건에 처해 있고 당초 가정한 재원 마련 대책도 실현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경제정책 점검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기자가 “공약을 무조건 지키겠다는 방침은 유효하냐”고 묻자 “무조건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국민행복기금이 18조 원이라고 했지만 실제 대상을 보니 좁혀지지 않나. 18조 원을 안 썼다고 공약을 안 지킨 것이냐”고 반문한 뒤 “공약의 취지를 다 살리되 재원도 좀 줄이면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약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이행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다소 후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4대 중증질환 보장 및 기초연금 도입 공약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는 ‘돈을 들여 다 하는 건 누가 못 하냐’고 말씀하신다. 창의적인 발상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재정 투입보다는 효율적인 정책 추진 쪽에 무게를 싣겠다는 뜻이다.
조 수석은 이날 “새 정부가 인계받은 경제상황, 현재의 상황을 분명히 해 놓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의 정책도 평가받기 힘들다”며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여건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먼저 “경제성장률이 작년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낮아졌다”며 “경제정책의 효과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이 2.3%로 떨어질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전 정부가) 건전재정을 (만들기) 위해 세입을 6조 원가량 과다계상했다. 이런 부분을 바로잡지 않으면 올해 경제운영이 어렵다”며 전 정부 책임론을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발표할 정책들을 두고 “경제활성화가 아니라 ‘경제정상화’라고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전 정부에서 짠 예산과 경제정책이 현재의 경기와 차이가 있는 만큼 일단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발표하는 정책이라는 뜻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