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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돌이 친구들’도 바다로 간다

입력 | 2013-03-29 03:00:00

대법, 불법포획 제주 돌고래 4마리 몰수형 확정
서울대공원에 맡겨 야생 적응훈련뒤 방류




수족관에서 생활하며 쇼를 하던 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12세 어린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프리 윌리’는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 영화에서 윌리 역을 맡았던 범고래 ‘케이코’는 여론에 따라 적응훈련을 거쳐 2002년 7월 실제로 자연으로 돌려보내졌다.

서울대공원에 있던 돌고래 ‘제돌이’도 곧 바다로 돌아가기 위해 막바지 자연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 그리고 제돌이와 함께 쇼 공연사업자에게 팔려 제주 서귀포시 퍼시픽랜드에서 공연을 해온 돌고래 4마리도 조만간 바다로 돌아가게 됐다.

○ 대법원 돌고래 몰수 결정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8일 불법 포획한 돌고래를 공연 등에 이용한 혐의(수산업법 위반)로 기소된 돌고래쇼 업체 대표 허모 씨(54) 등 2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아울러 국가가 허 씨 업체로부터 돌고래 4마리를 넘겨받아 바다에 풀어 줄 수 있도록 하는 몰수형도 확정했다. 법원 판결에 따른 돌고래 몰수와 방류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드문 일로 알려져 있다.

허 씨 등은 어민들이 2009년에서 2010년 8월 사이에 불법 포획한 돌고래 11마리를 사들여 훈련시킨 뒤 공연에 동원했다가 2011년 해경에 적발돼 기소됐다. 11마리 가운데 6마리가 재판 과정에서 숨졌고 복순, 춘삼, 태산, D-38 등 4마리가 이번에 몰수 처분됐다. 나머지 1마리는 서울대공원 바다사자 2마리와 교환된 제돌이다.

제주지검은 제돌이 방류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대공원과 인계인수 협약을 체결하고 29일 몰수 돌고래를 인계한다. 서울대공원 측은 이 돌고래들에 대해 건강검진을 실시한 뒤 상태가 양호한 돌고래를 서귀포시 성산읍 가두리 양식장에 임시로 옮긴다. 5월 초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앞바다의 돌고래 방류를 위한 가두리 시설로 이송해 본격적인 야생 적응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 돌고래, 바다에서 살 수 있나

돌고래 훈련을 위한 가두리는 지름 30m의 원형으로 해안에서 400m가량 떨어진 곳에 설치된다. 수심은 8∼10m다. 이 시설에서 몰수 돌고래와 제돌이가 함께 생활하면서 적응훈련을 거친다. 조련사가 살아있는 고등어, 광어 등을 먹이로 준다. 수중에 카메라를 설치해 돌고래들이 먹이를 섭취하는 과정을 일일이 확인한다.

돌고래방류사업 총괄책임을 맡은 제주대 김병엽 교수는 “훈련을 통해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상이 나빠지면 물고기 사냥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태풍이 올라오는 7월 이전에 방류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서울대공원은 제돌이 방류사업에 들어가는 7억5000만 원 이외의 예산 확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도 사전에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돌고래를 훈련시켜 위성위치추적기를 달아 방류하는 데 마리당 3500만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민 모금운동을 해서라도 돌고래들이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부근 바다에 서식하는 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로 현재까지 확인된 개체수는 114마리뿐이다. 성체가 되면 몸길이 2.6m, 몸무게 230kg이 된다. 수명은 25∼40년으로 추정된다. 국내엔 제주 부근 바다가 유일한 서식처로 알려졌다.

바다로 돌려보내지는 돌고래들이 야생에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화 ‘프리 윌리’의 주인공이었던 범고래 케이코는 자연으로 돌아간 뒤 1년여 뒤에 노르웨이 타크네스 만(灣)에서 급성폐렴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임재영 기자·전지성 기자 jy788@donga.com ▲ 동영상 = 쇼에 동원된 제주 돌고래, 고향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