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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빚으로 출발하는 경제, 나라 곳간이 걱정이다

입력 | 2013-03-29 03:00:00


박근혜 정부가 어제 경기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2013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새 정부 경제팀의 첫 작품이다.

정책의 골자는 15조∼20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예산을 상반기에 60% 이상 집행하며,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공공 지출을 1조 원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경기 활성화 대책을 중심으로 ‘100일 액션 플랜’도 발표했다. 추경 예산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8조4000억 원을 편성한 후 처음이다. 새 경제팀이 현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뜻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추경예산은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특별한 경우에만 편성하도록 돼 있어 이번 추경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09년 추경 때는 직전인 2008년 4분기 성장률이 ―4.6%였다. 지금은 마이너스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성장률이 7분기 연속 1%에 못 미치는 저성장이 굳어지고 있어 공격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

충격적인 것은 성장률 전망치다. 지난해 9월 예산안 제출 때만 해도 4% 성장을 내다봤으나 6개월 만에 반 토막인 2.3%로 낮아졌다. 정부 전망치가 한국은행(2.8%) 한국개발연구원(3.0%) LG경제연구원(3.4%)보다 더 나쁘다. 지난해 4%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었다면 ‘뻥튀기 예측’이고, 이번 전망치를 의도적으로 낮춘 것이라면 ‘추경용 엄살’이다.

재정 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국세 수입은 당초 예산안보다 6조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의 정부 지분 등을 팔아 마련한다던 세외(稅外) 수입도 어렵다. 그런데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세출은 늘려야 할 상황이다. 새 정부의 공약 실천을 위해 복지 예산도 더 필요하다. 정부는 어제도 공약 이행을 위해 5년간 필요한 135조 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2012∼2016년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세우면서 목표로 했던 ‘균형재정 기조 유지’는 벌써 물 건너갔다. 이럴 때일수록 빈틈없는 예산 관리로 곳간의 쌀 한 톨도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기 활성화 대책은 응급 처방일 뿐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로 떨어져 경제규모가 우리의 5배가 넘는 일본과 같아졌다. 성장 잠재력의 추락도 심각하다.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도록 ‘손톱 밑 가시’를 뽑아주고 서비스업에도 제조업과 같은 지원을 해주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 정부가 다음 주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을 시작으로 투자활성화 방안, 수출 중소기업 지원대책, 서비스업 강화 방안을 차례로 내놓겠다니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