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녕 논설위원
미국과 우린 정치풍토 달라
퀴즈 둘. 삼각형 내각(內角)의 합은 몇 도인가. 누구나 180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답이 맞으려면 한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삼각형의 밑면이 완전 평면인 경우다. 밑면이 오목하면 180도에 모자라고, 볼록하면 180도가 넘는다. 따라서 아무 전제 없이 180도라고 말하는 게 어떤 그룹에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때론 부정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영화 ‘링컨’을 거론하며 링컨 대통령이 보여준 설득과 포용의 리더십을 극찬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과 만나고 식사하며 ‘꼬시는’ 소통의 리더십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더러 좀 배우라는 얘기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링컨과 오바마 못지않게 자신의 소신을 바꾼 야당 의원들도 훌륭한 소통의 달인들이다. 양쪽이 모두 고집불통인 상황에서는 설득도, 소통도 사전 속의 단어일 뿐이다.
미국의 정당은 우리 같은 중앙통제 시스템이 아니다. 중앙당이 아예 없고, 의원들의 의사를 구속하는 당론이라는 것도 없다. 의원들의 개별 의사를 존중한다.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몰래 또는 공개적으로 만나고, 설득이 가능한 것도 그래서다. 때론 여당 의원들도 설득해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 야당 의원이 대통령과 개별적으로 만난다면 내용과 상관없이 비난받기 십상이다. 설득이라도 당한다면 사쿠라(야바위꾼)로 찍힐 것이다. 야당 대표나 지도부조차 대통령을 잘 만나지 않으려는 것도 그래서다.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 미국식의 소통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 국회법은 거의 모든 민주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과반 다수결이라는 가장 단순한 원칙을 무력화시켰다. 다수당이라도 전체 의석의 5분의 3(180석)이 안 되면 아무 힘을 쓸 수가 없다. 180석이 넘으면 법안의 일방 처리가 가능할까. 그땐 소수당이 몸을 던지는 결사 저지로 18대 국회 때와 같은 난장판 국회로 되돌아갈 게 뻔하다.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아무리 일사불란한 대오를 갖춰도 야당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이래저래 우리 국회는 여야가 타협하지 않는 한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 소수당이 국회 운영의 마스터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52일간의 줄다리기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소통-협력-통합 이대론 불가능
퀴즈 셋. 그렇다면 대통령과 야당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여야 협력으로 국회가 잘 굴러가고, 국민통합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현실적인 방안은 뭘까.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