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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절도… 강간… 폭력… ‘범죄천국’ 프랑스를 벗기다

입력 | 2013-03-30 03:00:00

‘프랑스, 시계태엽 오렌지’




“프랑스는 위선과 범죄로 가득한 야만국가다.”

프랑스의 이면을 통렬히 비판한 한 20대 작가의 책 ‘프랑스, 시계태엽 오렌지(La France: Orange M´ecanique)’가 출판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저자는 기자 출신의 로랑 오베르톤(필명·28).

시계태엽 오렌지는 낯익은 제목이다. 영국 작가 앤터니 버제스가 1962년 발표한 책 제목으로 명장 스탠리 큐브릭이 1971년 이를 영화화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작품은 제도화한 폭력과 사회의 위선과 타락으로 점철된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라이벌 이웃나라 프랑스에서 그 제목을 딴 책이 나온 것이다. 프랑스판 시계태엽 오렌지는 프랑스야말로 감춰진 디스토피아라고 비판한다. 겉으로 보이는 고상한 이미지와 달리 절도와 강간, 폭력이 난무하는 야만과 부도덕의 국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와 경찰, 언론이 이런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감춰왔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프랑스에서는 매일 절도 1만3000건, 폭력 2000건, 강간 200건이 발생한다”며 “프랑스 사회의 불안정한 수준은 바로 이런 수치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 이는 프랑스 공화국 역사상 최악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실제 범죄율이 정부가 내놓은 공식 통계보다 3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책이 나오자 범죄학자들로부터 지나친 데이터 과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좌파 인사와 단체는 극우 진영의 논리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면서 범죄가 증가하고 치안이 불안해지는 바람에 프랑스의 고결함과 순수성이 훼손됐고 나라살림이 어려워졌다는 극우파 주장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범죄학자 로랑 뮈첼리는 부정확한 수치들을 나열해 아랍인과 흑인의 범죄를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몰고 가려는 목적으로 쓰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모두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독을 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극우 성향 단체들이 이 책을 사재기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FN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가 전임 니콜라 사르코지 우파 정부와 달리 외국인의 체류 허가에 관대한 정책을 취하는 것을 극력 반대한다.

탐사보도 전문 인터넷 매체인 메디아파르는 “저자 오베르톤이 인종차별주의 블로그인 ‘극우(a far-Right)’의 집필자”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오베르톤은 프랑스2 TV에 나와 “나는 미디어에 보도되는 것이 아닌 내가 직접 느끼는 진실을 위해 싸운다”며 “나는 극우주의 동조자가 아니다. 이 책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메디아파르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2011년 9월 릴의 명문 저널리즘 학교를 졸업했고 한 주간지 기자로 일하다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거나 이 책은 3월 들어 순위가 조금 하락했지만 28일 현재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7위에 올랐다. 올해 1월 중순 책이 발간된 이후 지금까지 4만 부 이상 팔려나갔고, 2만 부가 추가 발행돼 판매되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