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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또만나/반또 칼럼]한-일 걸그룹의 다른 길

입력 | 2013-03-30 03:00:00

처음부터 핀 소녀시대… 점점 피어나는 AKB48




‘국민 아이돌’ 소녀시대는 어느새 한계에 봉착했다. ‘I Got a Boy’의 저조한 흥행 성적을 놓고 누구도 ‘차트 석권’ 따위 호들갑을 떨 수 없었다. 멤버들의 나이는 20대 중반. 어리다고 놀리기엔 너무 커버린 소녀들이다.

데뷔 7년차, 소녀시대는 왜 도박과도 같은 실험에 내몰렸나. 가혹한 대중은 늘 새로운 모습을 원한다. 그들은 처음부터 완전체였다. 연습생 시절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다진 춤과 노래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문제는 그 뒤다. 새로움을 보여주려면 장르를 바꾸며 이미지 변신을 거듭해야 했다. 청순-발랄-요염함 세 단계로 압축되는 걸그룹의 밑천은 순식간에 바닥난다. 소녀시대는 그나마 운이 무척 좋은 경우였다.

대한해협 건너의 국민 아이돌 ‘AKB48’은 데뷔 9년차에도 기세가 여전하다. 걸그룹으로는 이례적인 긴 생명력은 ‘육성형 아이돌’이라는 콘셉트에서 나온다. 이들이 2005년 학예회 수준의 노래 실력으로 상설할인 잡화점 8층의 소극장에 올랐을 때 관객은 7명뿐이었다. 성장을 지켜보는 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멤버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십수 년 뒤 AKB48의 극장 공연을 보러 가는 자녀에게 부모가 “아빠도 어릴 때 자주 갔었지. 요샌 누가 인기니?”라고 물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룹 단위로 ‘상품’을 갈아 치우는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이나, 간판만 놔둔 채 구성원을 소비하는 AKB48이나 젊음을 착취하는 구조는 같다고? 글쎄, 적어도 부족한 젊음에게 기회를 나눠주는 AKB48이 작은 대리만족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완전체’가 아니면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는 현실, 힘겹게 조명을 받아도 즉각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면 금세 내쳐지는 젊음은 비단 연예계만의 일 같지 않다. 필자는 이쯤에서 AKB48의 골수팬임을 고백해야겠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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