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노래하며 ‘아빠의 청춘’ 찾았어요”
중소기업 사장들로 구성된 ‘G하모니 합창단’ 단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 가산문화센터에서 가요 ‘아빠의 청춘’을 율동과 함께 연습하고 있다. 이날 지휘는 김수진 세한대 겸임교수가 맡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28일 낮 12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 가산문화센터 소극장. 김수진 부지휘자(세한대 겸임교수)가 노래를 끊고 이렇게 외치자 정장에 넥타이를 맨 남성 27명이 “어! 어! 어!”를 따라 하며 배에서 소리를 끌어냈다.
“‘아빠의 청춘’ 다시 가볼게요.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가장이에요. 힘 있게 하세요.”
이들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과 금천구 가산동에 걸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 사장들로 구성된 ‘G밸리 최고경영자(CEO) 합창단 G하모니’ 단원들이다. G밸리, G하모니의 ‘G’는 구로, 가산의 영문 앞 글자를 따온 것이다. 34세에서 67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단원들은 이날 사업을 잠시 내려놓고 함께 어울려 연습에 열중했다.
G하모니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경영자협의회 CEO들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과거 ‘구로공단’의 3D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시립근로청소년복지관과 2010년 말 결성했다. 장베드로 백제예술대 겸임교수와 김 교수가 지휘를 맡아 매주 목요일 낮 연습을 한다. 전체 단원 52명 중 열혈단원 30여 명은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면서도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지난달 20일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제40회 상공의 날’ 행사에서 축하공연을 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업체 투비플러스 사장인 정창진 G하모니 단장은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시작했지만 합창을 통해 ‘제2의 삶’을 발견하고 네트워킹 효과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가 “성악을 했어도 손색없을 목소리”라고 평가한 서동현 솔루세움 사장(48)은 고교 시절 밴드 활동을 하고 성악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음악을 접었다. 그러나 G하모니를 통해 어릴 적 꿈을 되찾았다. 그는 “얼마 전 아내에게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러줬는데 프러포즈 이후 한 번도 아내에게 노래를 불러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짠했다”고 말했다.
막내급인 조성훈 에듀클라우드 사장(35)은 “‘합창단 선배님’들의 지인을 소개받아 인맥을 넓히기도 한다”고 거들었다.
G하모니는 완벽함보다는 재미를 추구한다. 공연에서 심심치 않게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올해 목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공연하는 것이다. 정 단장은 “실리콘밸리 공연을 위해 요즘 ‘한강수 타령’, ‘세노야’ 같은 민요를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