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시대, 다산을 떠올리는 이유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이 저서 ‘목민심서’에 남긴 말이다. 공직자의 자세를 일깨우는 수많은 금언(金言) 중에서도 단연 가슴에 와 닿는다. 정약용은 늘 백성 편에 선 목민관이었다. 훗날 그가 역모를 했다는 누명을 썼을 때, 반대파인 노론 벽파도 백성들의 반발을 우려해 그를 죽이지 못하고 강진으로 유배를 보내는 것에 그칠 정도였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시대가 만든 운명’, ‘이들이 꿈꾼 세상’이라는 2개의 제목 아래 다산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 이룩한 성과와 업적은 물론이고 정치적인 좌절과 실패, 인간적인 면모까지 자세히 조명하고 있다. 저자가 철저히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을 읽으며 다산 선생과 관련된 역사 속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나의 공직 생활도 되돌아봤다. 30년 넘게 공직자로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맡았고, 나라를 휘청거리게 했던 일들도 겪었다. 시장과장으로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파동’을 수습했고, 국제협력과장으로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계획서(CS) 파동’을 마무리했다. 농산물유통국장으로 ‘한중 마늘협상 파동’을 몸으로 겪었고, 주미 대사관 농무관으로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을 현장에서 보고 겪었다.
파동 때마다 장차관이 경질되는 현실도 지켜봐야 했다. 공직자로서 한계를 느끼고 좌절과 회의감이 들 때도 많았다. 그럴 때 초심을 떠올리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 발전이 우선이고, 공직자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존재는 국민이란 다짐도 잊지 않았다.
어느 시대든 위정자들이 새겨야 할 중요한 가치는 ‘존중’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국민을 존중해야 한다.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