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도시 제주 “홍가포르 넘어설 날 머지않았다”
“산과 바다를 같이 누릴 수 있다니… ” 부동산 개발-관광 관심 뜨거운 中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에 중국상하이녹지그룹이 건설하는 ‘제주 헬스케어타운’ 콘도건설 현장. 뒤로는 한라산이 있고 앞으로는 멀리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위). 제주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성산일출봉 등 산로가 3월 21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해 이곳을 찾 은 외국인 관광객의 76%는 중국인이었다(아래). 서귀포=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02년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따라 국제자유도시가 된 제주도는 지난해 마련한 ‘자유도시 2기 10년 종합계획’의 기조전략을 ‘대(對)중국 소통’으로 정했다. 국제자유도시를 출범할 때 목표로 내걸었던 ‘홍가포르(홍콩+싱가포르)’를 능가하겠다는 제주의 꿈이 이뤄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제주와 하와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각각 168만 명과 260만 명. 세계 섬 관광지 패자(覇者) 중 한 곳인 하와이를 따돌리는 것도 시간문제가 됐다고 제주도는 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과 중국 자본 투자 증가가 결정적인 요인이다.
○ “아직 배고프다” ‘평화의 섬 제주’가 관광의 핵심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90.1%가 늘어난 108만 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제주특별자치도 오정훈 관광정책과장은 “중국 관광객이 폭증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세계 7대 자연경관을 가진 제주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튼튼한 관광제주’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4곳인 중국 내 제주도 홍보관을 올해 한 곳 더 늘리고 30개인 중국 도시와의 정기 및 부정기 항공노선도 올해 32개로 늘린다. 중국인 탑승객 비율이 80% 이상인 크루즈 운항편수도 지난해 80회(약 14만 명)에서 올해 172회(35만 명)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중국 기업들의 ‘인센티브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제주도는 2001년 1만1200여 명을 보낸 바오젠(寶健)사에 대한 감사 표시로 제주시 연동에 ‘바오젠 로(路)’를 명명한 데 이어 내년 암웨이사가 2만5000명을 보내오면 ‘암웨이 로(路)’(가칭)도 지정할 계획이다.
제주관광공사 문경호 마케팅사업처장은 “앞으로 제주 관광은 관광지를 둘러보는 ‘단순 관광’에서 벗어나 골프 승마 웨딩 패러글라이딩 요트 등이 ‘5대 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 집중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 모집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개별 관광객을 모으는 진화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제주 토종업체인 예하여행사 이민구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여행상품을 구입한 고객이 스스로 비행기 표를 구해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관광시킨다”고 소개했다.
중국이 일본과 영토 갈등을 빚자 일본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에서 보듯 관광에서도 ‘정치적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 제주도가 다음 달 표선 해비치호텔에서 올해로 8회째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을 개최하는 것도 ‘평화의 섬 제주’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홍영기 평화협력과장은 말했다.
○ ‘차이나 머니’ 제주에 눈독
JDC가 서귀포시 안덕면 399만3000m²에 2018년 완공 목표로 조성 중인 신화역사공원에도 안후이(安徽) 성의 부동산 투자기업 L그룹과 후난(湖南) 성의 S중공업 등이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JDC 측은 제주공항에서 30분 거리인 이곳에 건설되는 복합위락단지에 ‘차이나 타운’ 건설도 검토 중이다. 2008년까지 제주도에 대한 중국 자본 투자는 ‘0’이었으나 지난해 말 직간접 투자가 3조191억 원에 이른다.
○ 숙원은 공항 확장과 부가세 환급
▼ 불로초 구하러 온 ‘서복’ 등 中기념물 곳곳에 ▼
서복은 기원전 219년과 210년 두 차례에 걸쳐 친황다오를 출발해 서귀포에 잠깐 들른 후 일본에 정착해 돌아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오은숙 중국담당 주무관은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중 서복전시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2000여 년 전의 서복을 매개로 친밀감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중국 지방자치단체의 홍보게시판이나 상징물을 곳곳에 세워 시를 찾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용담2동 용두암공원 주차장에는 광시좡(廣西壯)족 자치구 구이린(桂林) 시의 대표적 관광지인 리장(리江)의 대형 사진을 설치해 놓았다. 시 관광진흥과 박은하 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에서 리장을 보게 됐다며 기념사진을 찍는 등 매우 반가워한다”고 말했다. 노형동 ‘신비의 도로’에는 훈춘(琿春) 시의 동북쪽 끝 팡촨(防川)의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중국 러시아 북한의 3국 접경 사진이 설치됐다.
일도2동의 신산공원에는 산둥 성 라이저우(萊州) 시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 이전인 2001년 1월 북제주군에 기증한,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의 월계선자(月季仙子) 석상이 세워져 있다. 당시 북제주군도 문무관 돌하르방 한 쌍을 기증해 라이저우 시 광장에 돌하르방이 설치됐다.
제주·서귀포=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