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함께 지자체가 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지자체 간의 교류는 엄청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장이나 고위 공무원들의 상호 방문과 친목 도모 등 ‘단순 교류’이거나 ‘보여주기 식 행사’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각 지자체가 지역의 새로운 경제 활력을 찾기 위해 실질적 협력을 모색하는 새로운 단계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가 벌이는 대형 프로젝트는 중국 자본의 직간접 투자 등 ‘차이나 팩터(China factor)’가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지자체의 국제 교류 지원을 주요 업무로 하는 안전행정부와 공동으로 지역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한 각 지자체의 ‘차이나 드림과 차이나 프로젝트’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경북도는 4일부터 6일까지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에서 ‘실크로드 그랜드 바자르’ 행사를 개최한다. 시안은 중국 정부가 중서부 개발의 거점 도시로 집중 육성하는 곳. 김관용 지사가 이끄는 경북도 대표단은 행사 기간 중 ‘중국동서부투자무역상담회’에 참가해 중국 내륙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나선다. 경북은 산시 성과 자매결연을 하고 기념비와 상징물 제막식도 연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제주도는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공무원, 시민, 학생, 관광업계 관계자 등 2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튼튼관광 제주’ 출정식을 열었다. 부산과 제주FC의 축구 경기 응원을 겸해 열리는 것으로 ‘관광 제주’의 품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지난해 100만 명을 넘어선 중국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
한중 양국 지자체 간 교류는 이미 세계 어느 나라의 관계에서도 볼 수 없는 거미줄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안행부 국제행정발전지원관실과 시도지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중국 각 지자체와 맺고 있는 자매(185건) 및 우호 도시(327건) 관계는 모두 512건에 이른다. 한국에는 강원도, 충북 단양군 등 24개 지자체에 중국 지자체에서 28명의 공무원이 와 교류 중이다. 일본이 16명을 파견하고 있는 것보다 많다. 한국의 11개 광역 지자체도 21명의 주재관을 파견했다.
서울은 대형 백화점의 면세점뿐 아니라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등 대형 재래시장도 중국 관광객들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전북의 새만금 사업, 전남의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 등 대규모 사업은 중국 자본의 유치가 필요하거나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중국인 고객이 필요하다. 경기 평택과 충남 당진 아산 등에 걸쳐 있는 황해경제자유구역은 ‘대중국 수출입 전진기지 육성’이 핵심 목표 중 하나다. 경기도의 경우 도내 27개 대학과 도가 ‘대학 국제교류처장 협의회’를 구성해 중국 유학생 유치를 위해 공동 노력하고 있다. 10월에는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산둥(山東) 성 정부와 대학 박람회를 개최해 경기도와 산둥 성의 대학이 양방향으로 대학생을 유치하는 행사를 연다. 경남도는 지난해 관광개발기업인 친룽(秦龍) 그룹과 도 일원에 297만 ㎡(약 90만 평) 규모의 사파리 야생동물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의 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중국과의 교류 확대는 지자체 자율 외교와 지방 민간이 함께하는 공공외교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인들은 서로 친숙해지는 데 어느 정도의 ‘스킨십’ 기간이 필요해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원진 안행부 국제행정발전지원관은 “그동안 공고해진 민간 차원의 경제 협력을 바탕으로 양국의 지방 정부 간 ‘윈윈’ 관계를 구축한다면 양국 중앙 정부 간 정치적 신뢰를 두텁게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원관은 또 “안행부가 중국에 대해 가진 정보와 네트워크를 최대한 지자체와 공유해 교류 협력을 도울 것”이라며 “중국에서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화되고 지자체의 독자적인 활동이 강화되는 시점임을 잘 파악해 지자체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