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에 대한 인식
이번 조사에서는 한반도 주변 열강 중 통일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나라로 중국을 꼽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또 중국이 통일보다 남북분단의 현상 유지를 원할 것이란 답변도 가장 많았다. 박근혜 정부의 대중국 외교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20∼30대의 통일 회의론에 대한 대책 시급
국민들의 통일 시기 전망은 △성별 △거주지역 △소득수준 등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통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보수 성향의 응답자(32.5%)가 중도(25.0%), 진보(25.2%)보다 다소 많았다. 그러나 연령대별로는 차이가 적지 않았다. 20대 청년층에서 통일전망에 대해 부정적 답변이 많이 나왔다. 20대 응답자의 33.4%는 ‘절대 통일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통일 후 국력 약화’ 답변도 34.1%로 평균치(27.0%)를 크게 웃돌았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통일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20대가 통일에 부정적으로 답한 것은 비용보다 편익이 많다는 사실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감성뿐 아니라 이성적으로도 통일에 수긍할 수 있도록 통일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통일비용 부담의사 ‘월 1만∼5만 원’ 가장 많아
부담 용의가 있는 통일준비비용 수준은 ‘매달 1만∼5만 원’이라는 대답이 30.5%로 가장 많았다. ‘5만∼10만 원’이 16.0%, ‘5000∼1만 원’은 13.2%로 뒤를 이었다. 국민 5000만 명이 매달 1만∼5만 원씩 낼 경우 이를 연간으로 합산하면 6조∼3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금액은 정부가 추산한 통일비용보다 많이 부족한 액수다.
통일부가 2011년 실시한 용역결과에 따르면 20년 후에 통일이 된다고 가정할 때 첫 해에만 통일비용으로 최소 55조9000억 원, 최대 277조9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이 부담하겠다는 금액보다 9∼46배나 많은 액수로 향후 통일재원 마련에 적지 않은 마찰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 당국자는 “통일비용에는 국가재건을 위한 인프라 비용이 포함돼 있다. 한번 투자되면 장기간 사용되면서 투자유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혜택은 적고 비용만 많이 든다는 식의 국민 거부감을 불식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북한의 향후 도발전망에 대해서도 20대 응답자는 다른 세대보다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30.6%에 그친 반면 ‘무력시위’(28.8%)와 ‘국지도발’(33.9%) 등을 예상한 비율이 62.7%에 달했다. 이는 30∼60대의 무력시위·국지도발 가능성을 응답한 비율이 40.2∼55.4%에 그친 것과 크게 대조를 이뤘다.
○ 한반도 통일 위해 대중외교 힘써야
앞으로 통일을 위해 중국을 상대로 한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필요성도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통일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국가를 묻는 질문에 ‘중국’(59.4%)이라는 응답이 미국(25.3%)이나 일본(7.6%)이라는 응답보다 월등히 많았다. 우방국인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중국을 움직여야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국민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또 응답자의 59.6%는 ‘중국은 남한과 북한 어느 쪽도 아닌 현재의 분단상황을 유지하기 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 중심의 통일을 원할 것’이라는 답변도 26.2%에 달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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