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쿠마 히사시(32·시애틀). 동아닷컴
[동아닷컴]
일본인 메이저리거 이와쿠마 히사시(32·시애틀)가 미국 진출 1년 만에 소속팀의 2선발 자리를 꿰차며 올 시즌도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했다.
다르빗슈 유(27·텍사스)와 함께 일본프로야구(NPB) 마운드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던 이와쿠마는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시애틀과 1년 간 연봉 150만 달러에 계약하며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 진출 첫 해 성적은 총 30경기에 등판해 9승 5패 평균자책점 3.16. 특히 선발로 전환한 7월 이후 출전한 16경기에서 8승 4패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해 본인 스스로 선발 체질임을 입증했다. 지난해 총 125⅓이닝을 던졌고 삼진은 모두 101개를 잡아냈다.
이와쿠마 히사시(32·시애틀). 동아닷컴
예상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받고 미국에 진출했던 이와쿠마는 결국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고 시즌이 끝난 뒤 시애틀과 3년(2+1) 총액 20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재계약에 성공해서일까? 이와쿠마는 올 스프링캠프에서 지난해보다 더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고 특히 동아닷컴 취재진이 그를 찾은 날에는 일본에서 온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곁에 있어서인지 한층 더 여유로운 모습마저 보여줬다.
이와쿠마는 올 시범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4.26의 성적을 기록하며 팀의 2선발로 낙점돼 오는 4월 2일 오클랜드전에 선발 등판한다. 공교롭게도 한일 프로야구의 간판 투수였던 류현진(26·LA 다저스), 이와쿠마, 다르빗슈 세 투수 모두 팀의 2선발로 시즌을 맞게 됐다.
동아닷컴은 국내언론 최초로 이와쿠마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하지만 이와쿠마가 영어를 하지 못해 통역이 필요했고, 많은 일본 취재진이 몰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이와쿠마 히사시(오른쪽)와 지난 해 이와쿠마의 통역을 맡았던 다이스. 동아닷컴
다음은 다이스와의 일문일답.
-1년 만이다. 그 동안 잘 지냈나?
“잘 지냈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
-작년처럼 올해도 이와쿠마의 전담 통역으로 활동하는가?
“아니다. 스즈키 이치로(40)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그의 전담 통역이었던 안토니 이치로가 이와쿠마의 통역을 맡게 됐고 나는 트레이너로 활동하게 됐다.”
“그렇지는 않다. 업무만 바뀌었을 뿐 이 곳 스프링캠프에서도 집을 임대해 이와쿠마와 함께 룸메이트로 지내는 등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여전히 많다.”
-오늘따라 연습장 주변에 일본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이와쿠마의 팬들인가?
“아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서 있는 여성은 내 아내이고, 그 옆은 이와쿠마의 아내이다. 함께 있는 아이들은 이와쿠마와 내 아이들이다. 나는 딸만 둘이고 이와쿠마는 1남 2녀를 두고 있다.”
(이때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지만 선수가 다이스의 딸과 놀아주는 것을 보고)
-한국 사위를 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웃으며) 내 사위가 되려면 메이저리거가 돼야 한다. 최지만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 고려해 보겠다. 하하.”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고 들었다.
“그렇다. 최근에 이와쿠마와 함께 아이리스를 보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다. (주인공들의 총 쏘는 장면을 재연하며) 주인공들의 리얼한 연기가 정말 멋있다. 얼마 전에 본 ‘제빵왕 김탁구’도 정말 재미있었다.”
-한국 드라마는 어떻게 보는가?
“주로 DVD를 구입해서 본다”
이와쿠마 히사시(32·시애틀). 동아닷컴
-한국 음식도 좋아하나?
“그렇다. 평소엔 나와 이와쿠마 이렇게 남자 두 명이 함께 사니 먹는 게 늘 골치다. 일본 음식은 해먹을 수 있지만 한식은 조리법을 몰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변의 한국식당에 가서 먹는다. 불고기나 갈비를 좋아한다. 최근에는 내 아내와 이와쿠마의 아내가 이 곳을 방문해 먹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말 편하고 좋다. 하하.”
(잠시 후 이와쿠마가 이날 예정된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를 기다리던 일본 취재진과 기자는 스프링캠프 공식 인터뷰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이와쿠마와의 일문일답.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아프거나 불편한 곳도 없고 매우 좋은 편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지 2년 째이다. 올 시즌 목표는?
“우선 부상 없이 건강하게 잘 던지면서 선발로테이션에 잔류하는 게 목표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지난해 보다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200이닝 이상을 던져 선발 투수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승수가 있다면?
“선발 투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은 승수를 쌓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승리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팀 타선의 지원 등 주변환경도 작용하기 때문에 쉽게 장담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목표는 15승이다.”
-미국 나이로 31세다. 빅리그에서 뛸 시간이 많은데 장기적으로 미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특별히 정해놓은 장기적인 목표는 없다. 매년 욕심부리지 않고 한 해 한 해 건강하게 잘 던지면서 가능하다면 오랜 시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노모 히데오가 일본인 메이저리그 투수 중 최다승(123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기록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
“(웃으며) 이제 겨우 메이저리그 2년차인 내가 넘보기에는 너무 큰 기록이다. 앞서 말했듯이 매년 건강하게 던지다 보면 기록이 쌓일 것이고 어느 시점에 이르게 되면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이와쿠마 히사시(32·시애틀). 동아닷컴
-오늘 투구하는 모습을 보니 작년 이맘때 보다 더 여유롭고 안정된 모습이었다.
“(웃으며) 잘 봤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훨씬 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편하고 좋다. 미국 생활에 적응이 잘돼서 그런 것 같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준비를 잘했고 몸 상태도 좋아 나 또한 올 시즌이 기대된다.”
-지난해 통역이었던 다이스가 전하길 한국 음식과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렇다. 한국 음식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즐겨먹는 편이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도 자주 보는 편이다. 최근에는 아이리스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끝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먼저 한국에도 나의 팬들이 있다니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미국에서 더 열심히 던지고 경쟁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