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이 어제 “국회의원들의 종합편성채널 출연을 자율에 맡긴다”며 “(종편 출연) 규제를 당론(黨論)으로 한 적이 없는데 의원들이 당론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종편에서 볼 수 없었던 민주당 주요 인사들을 만날 수 있게 됐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종편 출연 금지’라는 당론이 원래 없었는데 의원들이 잘못 알고 행동했다는 식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 때 여당의 미디어법 처리를 문제 삼아 2011년 12월 종편이 출범할 때부터 출연을 거부했다. 채널A가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 출연 섭외를 할 때마다 그들은 “당론 때문에 안 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거절했다. 지난달 8일 채널A에 출연했던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전략적으로 종편에 출연할 필요가 있다고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설명해 허락을 받았다”고 말해 ‘허가 절차’가 있음을 시사했다. 황주홍 민주당 의원은 작년 10월 ‘평양과 개성은 가겠다면서 종편은 안 간다… 웃기는 일입니다’라고 블로그에 썼다가 당내 선거대책위원회로부터 “종편 출연 금지가 민주당 당론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 종편 출연이 잦다”는 비판을 들었다. 그런데도 종편 출연 금지라는 당론 자체가 없었다니 민주당 사람들은 그동안 유령에라도 홀렸다는 말인가.
민주당은 국고로 지원을 받는 정당이면서도 특정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기피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 한국정당학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통령선거 기간에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대선 정보를 얻었다는 유권자들이 지상파 3사 다음으로 많았다. 또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자의 22.2%가 종편에서 정보를 접했다고 밝힌 반면에 문재인 후보 지지자 중에는 13%만 종편에서 정보를 접했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종편에 출연하지 않은 것은 자해(自害) 행위였음이 증명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