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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주역이야기]일곱가지 눈빛

입력 | 2013-04-02 03:00:00

<1>관상학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4월이다. 남쪽에서 벚꽃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하면서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청춘남녀 가슴속에 봄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때다. 봄이 오면 모임이 많아지고 활동량도 많아진다. 당연히 사람들 간의 접촉이 늘어나는 계절이므로 관상학(觀相學)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 아닌가 한다.

사람의 상을 볼 땐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어떤 사람은 눈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코가, 또 어떤 사람은 귀가 좋아야 한다고 한다. 자, 그럼 오늘부터 사람의 상을 보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주역(周易)이 우주 만물의 변화를 음과 양으로 표현한 물상학(物象學)이라면 관상학은 사람의 상을 표현한 인상학(人相學)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의 관상학은 한마디로 역학의 파생학문(派生學問) 중 하나다.

관상학은 사람의 상(象) 형(形) 색(色)을 보고 길흉을 판단한다. 중국에서 전래되는 관상학 책 중 ‘달마상법’과 ‘마의상법’이 2대 고전이다. 달마상법은 마의상법 책 안에 편입되어 있다. 달마조사가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명백한 증거는 없다. 고전 중에는 마치 유명인사가 직접 쓴 것처럼 이름을 갖다 쓰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일설에 따르면 이 책도 그중 하나라는 주장이 있다.

어떻든 고전에는 관상을 활용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삼국지에 보면 제갈량은 대장군 위연의 두상(頭相)을 보고 주군을 배반할 상이라며 유비에게 등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건의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결국 그는 훗날 유비를 배반하였다.

서양에서도 관상학은 일찍이 고대부터 발달했다. 관상학은 영어로 ‘physiognomy’라고 하는데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고대 서양관상학의 2대 인물로 불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상학(physiognomics)’이란 책을 저술했다. 이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족제비처럼 팔이 짧다. 동정심이 많은 사람은 얼굴선이 섬세하고 얼굴색이 창백하며, 수다쟁이는 상체가 유달리 크고 배가 똥똥하고, 배 둘레에 굵은 털이 무성하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상체가 매우 작고, 뼈대는 가늘며 살집이 적당하다… 이마가 좁으면 돼지같이 멍청하고 너무 넓으면 소처럼 무식하며 이마가 둥글면 당나귀처럼 감각이 무디고 이마가 균형이 있으면 사자처럼 자존심이 강하다….’

히포크라테스는 관상학을 의술에 적용했는데 몸의 건강 상태가 얼굴 등 신체에 나타나며 신체 형태에 따라 질병이 따라온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깨달았다. 얼굴색에 따라 성격도 다르고 질병 상태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관상 이야기는 동양 관상학을 중심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달마상법으로 돌아가 보자. 여기에는 사람의 상을 보는 방법이 명료하게 나와 있다. 그중 제일 중요한 곳이 바로 눈이다. 다시 말해 상을 볼 때에는 몸 전체에서 얼굴이 60점이고 나머지 신체가 40점인데 얼굴을 100점으로 봤을 때 50점을 차지하는 게 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눈을 보는 방법이 간단치 않다. 달마상법의 제1편은 상주신(相主神)편인데 상의 주인은 신(神)이다. 여기서 ‘신’이란 정신, 영혼, 마음, 기(氣) 등을 뜻한다. 옛사람들이 ‘만상불여심상’(萬相不如心相·상이 좋은 것이 마음의 상만 못하다)이라고 했던 것도 마음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심상이 눈에 있기 때문에 눈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눈이 좋은 눈일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 어려운 이야기다. 달마상법 제1편에는 좋은 눈에 대한 일곱 가지 총론이 나온다. 눈에도 무려 일곱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게 놀랍다. 일단 하나하나 음미해 보자.

[1] 장불회(藏不晦); (눈빛이) 잘 간직되어 있되 어둡지 말아야 한다. 어두운 사람은 신(神)이 없다.

[2] 안불우(安不愚); (눈빛이) 편안하되 멍청하지 말아야 한다. 편안한 자는 (눈동자에) 동요가 없고 멍청한 자는 변통을 못한다.

[3] 발불로(發不露); (눈빛을) 발산하되 흘리지 말아야 한다. 드러내는 자는 경망스럽다.

[4] 청불고(淸不枯); (눈빛이) 맑으나 메마르지 않아야 한다. 맑은 자는 신이 풍족하고 메마른 자는 신이 죽어 있는 것이다.

[5] 화불약(和不弱); (눈빛이) 온화하지만 약하지 않아야 한다. 온화한 자는 친화적이고 약한 자는 눌리기 쉽다.

[6] 노부쟁(怒不爭); (눈빛이) 노하되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 노하는 것은 기를 바로 쓰는 것이고 다투는 자는 기를 배설하는 것이다.

[7] 강불고(剛不孤); (눈빛이) 굳세어야 하지만 (너무 강해서 남들로부터) 따돌림 당할 정도가 되면 안 된다.

김재원 동양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