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데프콘 신속격상 합의
북한의 서북도서 무력도발 시 대북 방어태세인 데프콘(DEFCON)을 신속히 격상해 대처한다는 데 한국과 미국이 합의하고 이를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에도 명시한 것은 ‘다시는 오판하지 말라’는 대북 경고 메시지다. 기존에는 서북도서의 무차별 포격 등 북한이 도발을 해도 한미연합 작전체계상 데프콘이 격상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의 전투기나 정밀유도무기 등을 투입할 수 없었다. 데프콘이 현 4단계에서 3단계 이상으로 올라가야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가 주한미군 등 연합전력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연평도 도발 같은 준(準)전시 상황에도 데프콘이 격상되지 않아 한국군은 ‘나 홀로 대응’을 해야 했다. 당시 청와대와 군 당국은 전쟁 상황이 아닌 국지도발로 보고 데프콘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에 국지도발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전쟁 발발에 대비하는 데프콘을 올리면 위기 국면이 고조돼 경제적 외교적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등이 깔려 있었다. 이에 대해 군 안팎에선 정부와 군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우리 영토에 적의 포탄이 쏟아지고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중대 안보위기 상황에서 한미연합 전력의 손발을 묶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도 올해 1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연평도 포격은 단순 국지도발이 아니다. 바로 데프콘을 격상했어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고강도 대남도발을 감행해도 한미 군 당국은 데프콘을 올리지 못할 것이고 주한미군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준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한미연합 차원의 서북도서 방어계획이 없다는 인식을 줘 북한이 더 대담하고 치밀한 기습공격을 할 수 있도록 추가 도발의 빌미까지 줬다는 지적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