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협상 앞두고 업계에 대비책 지시
정부가 최근 원자력업계에 “한미 원자력협정이 만료될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곧 본격화될 미국과의 개정 협상을 앞두고 협정 파기까지 염두에 둔 ‘배수진 전략’으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협정이 깨지면 미국으로부터 받아온 우라늄 원료와 기술, 자재 공급이 모두 중단될 뿐 아니라 한국이 기존에 갖고 있던 것도 반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원전 운영은 물론이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짓고 있는 원전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겨냥한 원전 수출 프로젝트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1일 정부 및 원자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한미 원자력협정이 만료될 경우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비하라”는 지시를 업계에 내려 보냈다. 2014년 3월이 시한인 이 협정은 한미 양국이 끝내 개정안 도출에 실패하면 자동으로 만료된다. 정부는 조만간 미국에 6차 본협상 재개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2월 5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14개월 만이다. 협상팀은 미국이 보내온 개정 초안에 대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워싱턴과 서울에서 잇달아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본협상 재개 일정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41년 만의 협정 개정을 위한 이번 협상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장 우라늄 농축이나 핵연료 재처리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 최소한 협정문에 그런 내용을 명문화해 장기적으로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보장받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처리) 방식으로 재활용하고 우라늄 확보는 해외의 농축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형식 등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핵 비확산 정책과 ‘골드 스탠더드’(재처리와 농축을 모두 금지)를 앞세워 완강한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