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최민식 ‘쨍하고 해뜬날’김윤석-송강호 ‘아, 옛날이여∼’
요즘 한국 남자 톱스타들의 기상도가 변화무쌍하다. 출연 작품의 흥행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햇빛 쨍쨍’이던 톱 중의 톱들은 주춤하고, 혹한을 견디어낸 스타들은 다시 봄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타들의 몸값 지형도도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류승룡은 ‘쨍하고 해뜬 날’이다. ‘7번방의 선물’로 첫 주연을 맡으며 ‘1000만 영화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조연으로 나왔던 ‘광해, 왕이 된 남자’도 1000만 명이, ‘내 아내의 모든 것’은 400만 명 이상이 봤다. 조연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나리오들이 줄을 섰다. 요즘 CF에 여러 편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한석규도 봄날이다. 2011년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주목을 끌더니 올해 ‘베를린’ ‘파파로티’가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그는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그때 그 사람들’ 등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중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 ‘이중간첩’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층의 악당’ 등이 흥행에 실패하며 “한석규도 한물갔다”는 말을 들었다. 최민식과 한석규는 시련기 이후 연기가 더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는 황정민이 왜 톱스타인지 다시 확인해준 작품. 황정민은 ‘모비딕’(2011년)과 지난해 TV조선 드라마 ‘한반도’가 인기를 끌지 못하며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신세계’로 연기력과 흥행성을 입증했다. 박신양과 설경구도 흥행작을 내지 못하다 각각 ‘박수건달’과 ‘타워’로 햇살을 봤다.
하정우는 변함없이 양지를 걷는 배우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러브픽션’ ‘베를린’ 등 최근 출연한 영화마다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최고의 몸값과 인기를 자랑하던 김윤석과 송강호에게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송강호의 기상도도 안갯속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괴물’ 등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송강호는 최근 ‘푸른소금’과 ‘하울링’이 흥행에 실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올여름 개봉 예정인 제작비 500억 원의 대작 ‘설국열차’는 그의 재기 여부를 가늠하는 작품이 될 듯하다.
정지욱 평론가는 “인기라는 게 흐르는 구름과 같아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하지만 최민식 한석규가 성숙한 연기로 재기한 것을 보면 스타는 인기와 무관하게 대중을 압도할 무기를 쉬지 않고 연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