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인, 어떻게 뽑았나강소기업 일구고 경제정의 살리고 성일종-이유영 대표의 도전 인정 받아… 3회 연속 선정 21명 명예의 전당에
동아일보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 선정
동아일보가 올해 선정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는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좇아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인물이 다수 포함됐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비전을 향해 뛰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해 100인은 △꿈꾸는 개척가 22명 △도전하는 경제인 28명 △미래를 여는 지도자 11명 △자유로운 창조인 25명 △행동하는 지성인 14명으로 구성됐다.
‘도전하는 경제인’ 부문에는 대기업의 경영인이 많았지만 성일종 엔바이오컨스 대표이사(50)처럼 중소기업을 일군 기업인도 눈에 띈다. 조세정의네트워크 동아시아챕터의 이유영 대표(43)의 선정은 성장 못지않게 경제정의를 중시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 단체는 조세피난처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역외탈세를 감시·고발하는 국제 비정부기구(NGO)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의 영향인지 ‘미래를 여는 지도자’ 부문에서는 새 얼굴이 많이 포함됐다. ‘자유로운 창조인’ 부문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위력이 여전했다. 대표적으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44)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뽑혔다.
특별취재팀은 100인을 선정하기 위해 8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하고 미래 인재상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66)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라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81)은 “앞으로 10년 후 세계는 누가 더 뛰어난 꿈을 꾸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자문위원단의 조언을 토대로 추천위원 336명이 1단계로 100인 후보를 최대 3명씩 추천했다. 2단계에서는 후보 517명을 놓고 추천위원들이 다시 5명씩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추천위원들은 △세계적 경쟁력 △통찰력 △뛰어난 비전 등의 잣대를 기준으로 삼았다.
특히 올해는 21명이 통산 3회 100인으로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지난해 확정된 명예의 전당 20명에 이어 ‘명예의 전당’에 오른 100인은 모두 41명으로 늘었다. 내년부터는 이들을 제외하고 새 인물을 더 적극 발굴할 방침이다.
▼ 케이팝… 3D기술… 미래를 미리 그린 100개의 열정 ▼
■ 100인, 눈길 끄는 인물들
보아 김채리 서선영 고보경… 10~20대 여성들 파워 두드러져
이병호 교수는 디스플레이 선구자에
자그마한 체구의 14세 소녀가 무대에 홀로 올랐다. 2000년 8월이었다. 이후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한류 1세대, 아시아의 별,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제2의 보아’ 또는 ‘리틀 보아’가 해마다 쏟아져 나오면서 그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조금씩 줄어드는 듯했다.
소녀는 숙녀가 되면서 또 다른 잠재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수 보아(27)가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뽑힌 이유다. 가수가 아니라 프로듀서 자격으로. 추천위원들은 “보아는 10년 뒤가 기대되는 프로듀서”라며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탁월한 능력은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을 세계에 전파할 새 주역이라는 관측을 내놓게 한다”고 평가했다. 보아도 “후배를 양성하는 프로듀서의 길이 의미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나의 분야를 떠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다걸기(올인)해서 마침내 빛을 본 이도 있다. ‘꿈꾸는 개척가’로 선정된 정한 I3시스템 사장(53)은 미사일 탱크 위성 등 첨단무기용 적외선 센서만 연구했다. 석사 때부터 25년간이다.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49)는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차원(3D) 디스플레이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중고교 시절 전파과학사에서 발간한 과학 번역서를 읽으면서 과학 연구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도전하는 경제인’ 분야의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58)과 ‘자유로운 창조인’ 분야에 포함된 아들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34)는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보여준다. 박 회장은 인간에 대한 생각을 선대로부터 교육받았다고 했다. 사람을 어떻게 파악할지, 생각이 다를 때 어떤 점을 고려할지를 배웠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올바른 인간으로서의 자세를 아들에게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박 대표는 “원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지켜본 부모님의 개방적 가정교육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에게도 원하는 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스스로 찾도록 가르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 이태석 신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행동하는 지성인’도 있다. 노동영 서울대병원 암진료 부원장(57)은 2003년 한국유방건강재단(핑크리본)을 설립했다. 유방암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원장은 “시골 노인에게 치료비 대신 고구마와 호박을 받던 아버지(노관택 전 서울대병원장)를 보며 나도 기꺼이 남을 돕는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10년 뒤에는 그동안 쌓은 의학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건강운동가가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