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서 선보이는 강익중 작가의 ‘꿈의 다리’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꿈의 다리’를 디자인한 강익중 씨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설치된 전 세계 어린이들의 그림 앞에서 활짝 웃고있다. 지붕이 있는 교량의 실내는 한옥의 구조를 살려 설계됐으며 여러 개의 창을 통해 자연과 만날 수 있다. 이정열 씨 제공
이 독특한 교량은 개막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53)가 디자인한 ‘꿈의 다리’.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그가 설계한 180m 길이의 다리는 주 박람회장과 국제습지센터를 연결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 다리는 아시아에선 첫 번째로 긴 지붕이 있는 인도교(人道橋)이자 하나의 거대한 공공미술 작품이란 점에서 관람객들에게 현대미술을 접할 새로운 창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구 설치작품으로 남는 ‘꿈의 다리’를 건너면 중국 프랑스 등 10개국이 나라별로 선보인 전통 정원, 건축가 출신으로 세계적 조경가인 영국의 찰스 젱크스가 6개 인공 언덕과 물로 꾸민 ‘호수 정원’ 등 풍성한 볼거리가 반겨준다. 한국서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정원박람회는 ‘지구의 정원, 순천만’이란 주제로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열린다. www.2013expo.or.kr
마무리 점검을 위해 지난달 28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김포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현장을 찾은 작가의 얼굴에 피곤함 대신 뿌듯함이 묻어났다. 꼼꼼히 다리 안팎을 살펴본 뒤 말했다. “꿈의 다리는 세계 최초로 물위에 떠 있는 미술관이다. 그림이 사람을 흔들고 연결하고 치료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구상부터 완공까지 2년의 시간과 약 80억 원이 투입됐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의 디자인에 참여했던 작가에게 교량 설계는 첫 도전이나 사실 아이디어 자체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왔다. 남북 화합을 염원하며 2002년 임진강에 설치하려다 좌절된 꿈을 이번에 현실화한 것이다.
다리 구석구석에 예산 절약과 지역공동체를 연결하는 공공미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작가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 되더라”고 말했다. 교각 위에 빈 컨테이너 수십 개를 두 줄로 설치한 뒤 실내 곳곳에 작은 창을 내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전통 한옥에서 대청을 통해 마당과 안채가 한 공간으로 만나듯 내부공간을 설계한 점도 돋보인다.
○ 한글과 아이들 꿈의 동행
강익중 씨의 한글 프로젝트로 외벽을 꾸민 ‘꿈의 다리’.
이번 박람회가 인간과 자연의 동행을 꿈꾸듯 ‘꿈의 다리’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생태를 이어준다. 전 세계 어린이의 꿈과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하나의 이야기보따리로 엮는 작가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화 중이었다.
순천=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