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두 얼굴

작품에선 궁핍한 사람들 동정… 법정문서에선 매점매석-탈세 드러나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사진)가 매점매석과 탈세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웨일스의 애버리스트위스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셰익스피어가 리어왕 같은 극작품에서는 궁핍한 사람들을 동정했지만 그에 관한 실제 기록들은 셰익스피어의 ‘이면’을 보여준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법정 문서와 세금 납부 문서 등을 통해 ‘생활인’ 셰익스피어의 모습을 밝혀냈다. 당시 셰익스피어는 15년 동안 곡물을 사재기하며 기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중가보다 비싼 값에 되파는 방식으로 재산을 축적했다. 심지어 식량난이 절정에 이르렀던 1598년 2월에는 80부셸(약 2250kg·영국에서 1부셸은 28.123kg)의 곡물을 사재기하다 적발돼 재판에 회부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그가 불법적인 매점매석 혐의로 자주 법정에 불려 나왔으며 심지어는 탈세 혐의로 감옥에 들어갈 뻔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셰익스피어의 극이 처음 무대에서 공연됐던 1590년대는 100년(1560∼1660년)에 걸친 ‘소(小)빙하기’가 닥쳐 전 유럽이 기근과 역병 등으로 신음하던 시기였다.

애버리스트위스대 연구팀의 제인 아처 박사는 “당시는 지금처럼 저작권 개념이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시대였다”며 “자신의 작품이 계속 수입을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던 두 딸의 아버지 셰익스피어는 갑자기 닥칠지 모르는 가난에 대비해 이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