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극 ‘마의’에서 도도하고 자기중심적이지만 귀여운 숙휘공주를 연기한 김소은. 실제로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그는 “숙휘공주로 6개월을 보내고 스스로 놀랄 정도로 밝아졌다”며 웃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종영 MBC 드라마 ‘마의’ 숙휘공주 열연한 김소은
실제론 낯가림 심해…밝아진 것 느껴
선배님들 응원에 캐릭터 연기 힘 얻어
데뷔 9년째…초심 잃지 않도록 노력
서른엔 결혼도 하고 연기 즐기고 싶다
연기자 김소은(24)이 ‘숙휘공주’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추가을 역을 맡아 ‘가을이’로 얼굴을 알린 김소은은 4년 만에 닉네임을 ‘숙휘공주’로 바꿨다. 캐릭터의 이미지가 고정될 수 있는 위험부담도 있지만, 오히려 김소은은 “그만큼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것 아닌가. 배우로서 참 기분 좋다”며 웃었다.
하지만 숙휘공주의 성격은 실제 김소은과 거리가 멀다. 김소은은 낯가림이 심하고 저돌적이지 못하며 차분하다. 장녀라서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아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다. 숙휘공주처럼 늘 밝고 긍정적이지 못하니까. 물론 친해지면 말도 잘 하고 애교도 잘 부리는데 그 전까지는 망설이곤 한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고 나니 나 스스로 놀랄 정도로 내가 숙휘공주에 동화됐더라.”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도 김소은을 힘들게 했지만 그동안 출연해온 작품 중 가장 많은 대선배들의 존재감도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첫 시작에 겁을 먹었던, 전 출연자가 처음으로 대본을 맞춰봤을 때를 떠올렸다. “사실 대본 리딩 때 엄숙한 분위기에 눌려 위축됐는데 끝나고 나서 선배님들이 ‘드라마 속 너의 캐릭터는 왕 다음으로 가장 높다. 네 멋대로 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힘을 얻고 숙휘공주에 녹아들 수 있었다.”
연기자 김소은. 사진출처|MBC 방송캡처
김소은은 연기를 시작하면서 마음 속에 품었던 이병훈 PD와 작업하는 꿈을 이뤘다. “왜 ‘사극의 거장’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다. 연세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시고, 에너지가 넘치신다. 연기자들은 이틀 밤을 새면 힘든데 감독님의 목소리는 현장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진다.”
“연기자가 꿈은 아니었던 터라 연기를 배울 때 많이 혼났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악착같이 해내는 스타일이라 혼난다고 주눅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잘 해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한다. 이 마음 그대로 줄곧 연기하고 싶다. 혹시라도 초심을 잃을까봐 지금도 그때를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흔치 않은 20대 여배우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소은은 “질릴 겨를도 없이 연기를 즐기고 싶다”며 나이 서른을 내다봤다. 그는 “스무 살을 앞두고 놀 궁리에 여념이 없었는데 서른에는 인생에 대해 심오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한 번 뿐인 인생, 결혼도 하면서 연기를 즐기고 싶다”고 약속했다.
지난 겨울 추위와 싸웠던 김소은은 조만간 더운 곳으로 떠난다. 소속사로부터 일주일 휴가를 얻은 김소은은 친구와 함께 여행을 즐기며 “하반기에는 드라마, 영화를 한꺼번에 하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심신을 재충전한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