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심현화가 올 시즌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1일 서울 방배동 토니모리 본사에서 분신과도 같은 골프채를 옆에 두고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 KLPGA 심현화, 슬럼프 딛고 선전 다짐
“작년 시즌 끝나자마자 세리언니와 훈련
마음가짐 하나까지 배울 점 많더라고요
어려서 부터 욕심 커…올해는 3승 도전”
“우승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했어요. 심지어 부적을 태워서 먹기도 했으니까요.”
지난겨울 미국과 태국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돌아온 심현화는 시즌이 개막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독기가 가득한 게 큰일을 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박세리 언니와 훈련 많은 걸 배웠어요”
“스윙도 내 마음대로 안 되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정말 최악이었어요.”
2012년 19개 대회에 출전한 심현화는 8번이나 예선에서 떨어졌다. 상금은 거의 10분의 1로 줄었다. 2011년 3억4211만원에서 2012년 4082만원에 불과했다. “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주변에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더라고요. 그게 더 힘들었어요.”
2012년 시즌이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훈련을 떠났다. 그곳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고 잃어버린 스윙 감각과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2011년 한화금융클래식 때 박세리 언니와 함께 경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 인연으로 친하게 됐죠. 지난 시즌이 끝나고 제가 전화를 드렸어요. 같이 훈련하고 싶다고요. 그랬더니 흔쾌히 승낙해 주시더라고요.”
심현화는 10세 때 박세리를 보고 골프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10여 년이 지나 우상과 함께 훈련하게 됐으니 더 큰 영광이 없었다.
심현화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연습하는 것부터 마음가짐 하나까지 배울 게 많았어요. 세리 언니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어요”라면서 “여유를 가지라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그 말이 공감이 가면서도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언젠가는 그 말을 이해하겠죠”라며 웃었다.
“할아버지께서 제가 TV에 나오는 걸 무척 좋아하시는 데 작년엔 ‘우리 손녀딸은 왜 이렇게 일찍 집에 오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예선 탈락한 게 8번이나 됐으니 많이 하긴 했죠.”
심현화는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올해는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독기가 철철 넘친다. 항상 웃고 있어 여리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욕심도 많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한다. “집에서 자기 전에 우승하는 장면을 상상하기도 하고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혼자서 생각하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일이 생각처럼 많이 일어나지는 않더라고요.”
우승에 대한 욕심은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는 더 했다.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뭐든 다 했던 적도 있다. “불에 태운 부적을 물에 타서 마신적도 있고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서 우승하고 싶다는 소원을 빌기도 했어요. 그보다 더 심한 것도 많이 했는데 잘 기억은 안 나네요.”
어머니 이승실 씨의 말에 따르면 “‘이거 먹으면 우승한데’라고 말하면 뭐든 다 먹었어요. 또 벙커샷을 하라고 하면 벙커에서만 하루에 수백 번의 샷을 했고 절에 가서 불공 드리라고 하면 그것도 마다하지 않았어요. 우승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했죠”라고 말했다.
심현화는 2012년의 나쁜 기억을 모두 잊었다. 그리고 2013년 더 높이 날 준비를 끝마쳤다.
“작년에 너무 못했으니 올해 3승은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러려면 초반부터 우승을 해야겠죠.”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